아파트 열풍 명과 암
아파트 분양 봇물 청약 최고 경쟁률 438대 1 기록
아파트 매매가 상위 특정지역 편중 양극화 심화

시세 기준 천안시 아파트 매매가의 TOP10의 단지가 서북구 불당동, 속칭 신불당에 편중하며 자산의 양극화 격차도 커졌다. 사진은 신불당 아파트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시세 기준 천안시 아파트 매매가의 TOP10의 단지가 서북구 불당동, 속칭 신불당에 편중하며 자산의 양극화 격차도 커졌다. 사진은 신불당 아파트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표 거주공간이자 자산이 된 아파트. 올해 천안아산은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루며 청약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는 등 한해동안 아파트 열풍이 거셌다. 특정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치솟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서민들의 박탈감은 커졌다. 분양가 규제, 주택 우선공급 규정의 거주기간 제한 신설 등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청약 경쟁률 경신 아파트 자산 양극화 심화=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국도 21호 도로가에 위치한 아산 탕정역 예미지 견본주택.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견본주택 방문예약 홈페이지를 개시하자 마비가 발생했다. 홈페이지 트래픽 용량을 넘어선 인원이 한꺼번에 접속해 빚어진 일. 예미지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며 사과 문자를 보냈다. 탕정역 예미지에 쏠린 높은 관심은 이달 청약 열기로도 입증됐다. 전 타입 1순위 마감은 기본. 27세대를 공급하는 84㎡B는 1만 1816명이 접수해 최고 경쟁률 438대 1로 정점을 찍었다. 탕정역 예미지는 총 청약건수 13만 3361건으로 올해 4분기 전국 최다 청약접수 건수를 새로 썼다.

올해 천안아산의 아파트 청약은 기록적인 경쟁률이 빈번했다. 일부 타입의 경우 지난 4월 아산의 힐스테이트 모종 네오루체가 99대 1, 8월 한화 포레나 천안신부는 43대 1의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아파트 분양가도 고공행진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모집공고일 기준 3.3m² 분양가가 지난 3월 한양수자인 에코시티(풍세면) 860만 원, 4월 직산역 서희스타힐스 963만 원, 7월 한화 포레나 천안신부 1055만 원, 8월 더샵 천안레이크마크 1053만 원으로 상승곡선을 띄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분양이 예정된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 천안성성 비스타 동원은 1300만 원 대 후반 분양가가 점쳐지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내년에 분양가 1400만 원 대 아파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산도 지난 6월 해링턴플레이스스마트밸리(음봉면) 1045만 원, 8월 한라비발디스마트밸리(음봉면) 1049만 원, 11월 예미지 1151만 원으로 분양가 상승을 거듭했다.

청약 호황과 아파트 분양가 상승 속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산출한 천안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91.7에서 상승을 이어가 올해 10월 105.9까지 올랐다. 아산시도 같은 기간 90.1에서 106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천안아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충남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밑돌았다. 올해 6월 충남과 동일한 지수 100 기록 뒤 10월까지 줄곧 충남을 앞질렀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고 모든 아파트 매매가가 오른 것은 아니다. 일부 아파트 매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정체되거나 떨어진 곳도 있다. 지역간 아파트 매매가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아파트를 둘러싼 주민들의 자산 격차도 그만큼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시세 기준 천안시 서북구의 3.3m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59만 원. 충남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 706만 원 보다 259만 원 많다. 아파트 매매가 도내 최저인 서천군 400만 원의 2배를 뛰어 넘는 금액이다. 천안시 서북구의 매매가가 가장 높은 상위 10개 아파트는 1위인 천안불당 지웰 더샵(3070만 원)을 비롯해 모두 불당동, 속칭 신불당 아파트가 싹쓸이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도심이 속한 천안시 동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78만 원으로 충남 평균에도 못 미쳤다. 아산시 평균 아파트 매매가인 776만 원 보다도 적었다.

아파트 매매가 양극화는 아산도 마찬가지다. 3.3m 당 시세기준 아산의 단지TOP 10곳도 1위 요진와이시티(1877만 원)를 필두로 5위까지 배방과 탕정 아파트 일색이다. 배방읍과 탕정면이 아산신도시를 매개로 천안의 불당동과 하나의 부동산 벨트를 형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간 아파트 시세 격차의 골은 더욱 깊다.

◇박탈감 팽배 속 학교 신설 어려움 증대=청약열기로 대변되는 아파트 광풍은 서민들에게 박탈감도 안겼다. 천안시 동남구에서 10여 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방역지침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힘든 날들의 연속"이라며 "아파트 시세 차이로 수억 원의 불로소득을 벌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박탈감이 크다"고 한숨을 토했다.

몇 년 새 천안아산의 아파트 시장이 과열하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천안서 16년째 거주하는 보통의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천안의 치솟는 집값을 잡아 달라며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올해 5월에는 아산에서 묻지마 청약이 난무하고 청약경쟁률 또한 하늘을 찌른다며 대책을 호소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이 접수됐다.

분양시장의 호황 기세를 누리기 위한 아파트 분양이 쇄도하고 주거용 오피스텔과 대규모 주상복합 건설 움직임도 더해지면서 천안아산은 학교시설 적기 공급에도 어려움을 낳고 있다. 아산신도시 1단계 배방택지개발지구는 KTX 천안아산역 일원에 민간의 오피스텔 공급 예정 규모가 5000-6000세대에 이르지만 인근에 중학교 용지가 없어 국도 21호선 건너편 아산신도시 유통용지를 학교용지로 확보하는 방안을 두고 민간사업자들과 아산시, 아산교육지원청이 협의하고 있다. 학교 신설 확정까지는 교육환경평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등 과제가 산적하다. 아산시 배방읍 동방초등학교는 도시개발사업 구역과 중첩으로 학교를 옮겨야 할 판이다.

천안도 아파트 개발 사업에서 학교 문제가 현안이다. 서북구 백석동의 천안한들초는 개교 이후에도 부지는 도시개발사업조합과 문제로 아직 교육청 소유가 아니다. 주변 아파트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선 교육당국이 한들초 증축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하지만 소유권이 교육청이 아닌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며 사업 협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체계적이고 장기적 개발이 아닌 조각개발 위주의 민간 개발사업이 빈번해 학교 용지 확보와 학교 신설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정병인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천안시는 역대 유례 없는 공동주택 분양 호황기이다. 건설사에게는 최고의 수익률일 것이고 그래서 조금의 땅만 있으면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천안시 곳곳에서 작업 중"이라며 "천안시가 민간 건설사에게만 주택공급을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선도적인 공공 재개발 사업을 통해 신규택지 개발과 원도심의 균형적인 주택공급으로 균형발전을 꾀하고 분양가 상승은 최대한 억제하되, 건설사에게는 증가하는 초과분양수익에 맞게 입주민을 위해 아파트 주차장 확대와 조경 녹지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시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표 아산시의회 의원은 "외부 투기세력 유입 억제를 통한 아산 시민들의 내 집 마련 확대를 위해 아산시가 주택 우선공급 규정에서 거주기간 제한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아파트 신규 분양은 여전하지만 예미지 만큼 전국적인 청약 관심을 끌 단지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거주기간 제한 신설 시 자칫 도시개발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지난 3월 주택 우선공급 대상을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종전 천안시 6개월 이상 거주에서 1년 이상 거주자로 강화했다. 윤평호·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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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시세 기준 천안시 서북구, 동남구, 아산시의 TOP10 단지 명단. 자료=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제공
12월 6일 시세 기준 천안시 서북구, 동남구, 아산시의 TOP10 단지 명단. 자료=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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