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성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
2022-2027년,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충북 청주 오창에 구축된다. 예산 1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가적 첨단대형연구시설이며 이를 위해 올해 가속기 구축 주관기관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지정됐고, 가속기 구축사업단도 구성돼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방사광가속기는 가속기에서 생산되는 X-ray 빛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물질 내부의 구조가 어떤 형태로 이뤄져 있는지 정보를 얻게 해준다.

오창에 구축될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에 비해 집속도와 균일도 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밝기가 약 100배인 X-ray 빛을 생산한다. 비유해 표현하면,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이 레이저 포인트에서 나오는 강한 빛으로 바뀌는 것과 유사하다. 연구자들은 기존에 할 수 없었던 더 정밀한 연구를 할 수 있고 더 높은 해상도의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연구는 감염병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 분야 혁신에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2년여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개발된 백신·치료제로 인해 피해가 줄어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코로나19가 사람의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인식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각 원자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로 알아낸 정보가 백신·치료제 개발에 중요하게 사용됐다.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에는 2027년까지 10개의 빔라인이 설치될 예정이며 그 이후 40개 빔 라인이 순차적으로 추가 구축될 계획이다.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우선 설치되는 10개의 빔라인 중 3개는 산업우선지원용 빔 라인으로 구축·운영돼 다양한 분야의 기업 R&D에 활용될 예정이다. 전 세계 산업 환경이 최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혁신적인 신소재 개발에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연구가 중요하게 이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에너지에서 전기·수소 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혁신적인 연구 개발을 지속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하는데 있어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체 산업, 초미세 부품, 장비 개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년에 걸쳐 국가 산업 발전을 이끌 핵심 첨단대형연구시설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세계 최고 기술에 기반한 X-ray 빛을 제공해 물리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기초과학과 소재, 전자-전기, 반도체, 에너지 산업 등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오창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전성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분광분석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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