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김현중 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놀뫼`는 논산(論山)의 옛 이름이다. 신라 경덕왕 때는 황산(黃山), 1656년 유형원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誌)에는 답산(畓山)이다. 답(畓)은 논, 산은 뫼 `논뫼`다. `논뫼`다리(답산교)도 있었다. 1757년 여지도서(輿地圖書)에는 논산리(論山里)가 등장한다. 논이 산처럼 많은 곡창지대이다.

필자는 2011년 전 공직 은퇴 후 4년간 은진미륵의 반야산 기슭에 자리한 지역인재 양성의 요람 건양대학교에 다닌 인연이 있다. 나의 고향 대전 못지않은 따스한 애정이 있다.

논산은 17세기 충청유교문화의 중심지요, 기호예학의 산실이다. 연산(連山)과 노성(魯城)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과 김집(金集), 윤증(尹拯)의 주 활동 무대였다. 김장생은 율곡(栗谷)의 제자요, 송시열(宋時烈)의 스승이다. 당시 전국에서 학동들이 몰려 대유학자를 배출한 곳이다. 광산김씨(光山金氏)와 파평윤씨(波平尹氏) 가문의 종학(宗學)도 유행하였다,

논산 지역에는 사계 선생을 기리는 돈암서원과 윤황(尹煌)선생의 노강서원 그리고 계백, 사육신을 추모하는 충곡서원 등 10개의 서원이 있다. 또 향교, 사우, 누정, 묘, 종학당(宗學堂) 등 180여 건의 다양한 유교 문화가 살아 숨 쉬며 5~600여 년 전 선조들의 가르침을 이어주고 있다.

아울러 전국에 두 곳 뿐인 공자의 영정을 봉안한 궐리사가 노성면 교촌리에 있다. 궐리는 공자가 태어나 자란 중국 산동성 곡부현 궐리촌에서 유래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유학의 가르침을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다.

돈암서원이 201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충청유교문화원(노성면 병사리)이 문을 열면 유교 학술연구, 자료수집 전시, 교육 및 국제교류 등이 활발해져 `놀뫼`가 다시인문학의 성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산문화원에서는 `논산학`강좌 등을 통해 `놀뫼`의 지역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논산은 육로나 금강을 이용한 수로로 백제의 도읍 웅진과 사비를 지키는 중요한 교통 요충지였다. 또 내륙의 수운과 해운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풍요로운 경제와 높은 수준의 문화가 꽃피었던 곳이다.

조선시대 이중환이 택리지(擇里志)를 탈고한 강경은 한때 우리나라의 3대 시장, 2대 포구의 한 곳으로 조선을 대표하는 상업 도시였다. 논산 일대에는 1900년대 초 개화기에 신문화가 들어와 창흥, 보명, 한남, 만동학교 등 근대교육이 일찍 시작된 곳이다. 돈암서원에도 여명(黎明)학교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맥이 이어져 내려온 논산이 다양한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어가고 있다. 먼저 연 13만여 명의 호국 장병을 양성하는 육군훈련소가 있다. 그리고 육군항공학교, 국방대학교도 있다. 지역에서는 육군사관학교도 이전해야 한다고 소리 내고 있다. 그외 충남인터넷고와 체육고 그리고 건양대학교, 금강대학교, 폴리텍대학교 바이오 캠퍼스도 있다.

4년 전 외국 유학생들과 함께 황산벌 전투재현 축제장에 가 본 적이 있다. 660년 8월 20일, 5만 신라군과 맞선 5000의 계백 결사대의 기백 그대로였다. 놀뫼`는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의 힘을 상징하는 땅이다.

오늘의 건양교육재단은 1979년 당시 영등포에서 김안과병원을 운영하던 명곡 김희수 박사가 고향 논산 양촌 남산리에 있는 인수(仁水)농업기술학교를 인수해 양촌중학교로 출발하였다. 애향심으로 시작했다. 건양중고등학교가 서 있는 곳은 `벌들이 사방에서 모이는 풍수`의 봉소(蜂巢)마을이다. 한때는 학생 수가 1800여 명에 이르렀었다. 충남도 유일의 전원 기숙형 사립고이다.

1991년에는 다시 건양대학교를 세워 논산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00년에 건양대학교 병원을 개원했고, 2012년에는 건양사이버 대학교를 설립했다. 지역인재를 키우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하여 무에서 유를 이루었다. `놀뫼`는 예나 지금이나 인재양성의 요람이다.

50년 역사의 논산 딸기는 일품이다. 그리고 대추, 곶감 그리고 황토 고구마도 꿀맛이다. 요즘도 연산 장날(5일,10일)에 가 묘목도 사고 순대국밥도 먹으며 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현중 건양교육재단 역사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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