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배 문화예술경영인
임전배 문화예술경영인
문화예술 세계는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는 설렘부터 카타르시스와 힐링까지 이르는 아름다운 여정이기에 신비하고 경이롭다. 하지만 공연장을 자주 찾지 못하여 익숙하지 않다 보니 감동적인 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에 가면 매우 조심스럽다. 단도직입으로 극장은 상식과 배려만 염두에 두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처음 극장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주저함과 어색함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오리엔테이션을 해보자.

이에 앞서 클래식애호가 탤런트 강석우는 극장에 갈 때 스카프×생수×사탕을 준비한다고 했다. 공연장은 최적화된 음향 컨디션 유지를 위해 공조시스템을 가동하다 보니 관객들에게는 다소 춥게 느껴져 머플러같은 목 보호용 싸개가 필요하다. 생수는 극장에 반입할 수 있는 유일한 음료이기에 현장에서 마련하면 된다. 특히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관람객 기침 소리는 적잖은 방해요소인데 사탕 같은 것을 머금으면 쿨럭거림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경험과 맥락에서 스카프·생수·사탕을 준비하는 지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로비는 다양한 접객서비스 기능이 수행되는 극장의 얼굴이다. 포스트는 매표소(박스오피스)와 기념품판매소(아트박스)가 있다. 때론 안내데스크에서 연주정보가 상세히 수록된 프로그램북을 판매하기도 한다. 미리 읽어두면 공연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차곡차곡 모으면 자료적 가치가 제법 쏠쏠하다. 물품보관소는 공연장에 들일 수 없는 사물을 맡기는 공간이다. 축하 화환이나 부피가 큰 출입자의 소지품을 보관하며 간혹 지연 관객 일행의 입장권을 잠시 맡아 주기도 한다. 추가로 모유 수유실이나 탁아시설도 운영할 경우 매우 프라이빗한 영역이므로 세심한 배려와 예의가 필요하다.

출입구는 대개 공연 30분 전부터 오픈하는 것이 관례다. 무대를 향하여 객석은 왼쪽부터 A~C블럭, 앞부터 1~20열, 좌석은 좌에서 1~18석 순으로 배치돼 있다. 객석에서의 과한 잡담은 교양과 의식 수준을 순간 노출하게 되므로 애당초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공연이 임박하면 간단한 안내 멘트가 전파된 후 차임이 울리고 암전(暗轉)이 내려앉는다. 몰입이 필요한 이 순간 이후 공연장의 흉기는 어김없이 휴대전화다. 반드시 전원을 끄든지 무음 상태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스마트폰 액정이 뒷사람에게 시각적 불편함은 물론 원치 않는 사생활까지 공개될 수 있으니 세상 인연을 잠시 접고 연주에만 집중하는 것이 공연장 불문율이다.

두 시간 넘는 대규모 오페라·뮤지컬·클래식 공연은 15분 정도 중간휴식이 허용되나 곡의 길이나 연주자 여건에 따라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포토존은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배경이자 간혹 공연을 마친 연주자와 팬들이 상호교감하는 접점이다. 지난 11월 대전예술의전당 빈필하모닉 내한공연에 초면의 대기 관람객들이 서로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은 왠지 정겹고 행복하게 다가왔다.

공연장 투어로 이곳저곳을 잠시 훑어보았는데 공간적 기능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과 함께 구름 속 산책 같은 일탈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연말 단골 레퍼토리 발레를 통해 절정의 예술성에 심취하고 송년 공연의 백미 베토벤교향곡 9번 합창의 압도적 전율을 탐하여도 그리 과한 호사는 아닐 듯하다. 멋과 향이 스민 예술을 체감하는 문화향유는 현실회피가 아닌 더 나은 삶을 향한 영혼의 정화과정이겠다. 쇠잔하고 헛헛해진 심신을 달래줄 꿈의 궁전을 내 품에 품을 수 있다면 삶의 여정에 이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 흔하게 있을까 싶다. 임전배 문화예술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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