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
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
2021년 2월 18일 강원도 양양군 한 야산에 불기둥이 피어올랐다. 산불은 바람을 타고 번져갔고, 주민들은 화급히 대피하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산림헬기 출동은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사람들은 나무들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와 일선 공무원들이 진화장비를 챙겨 숲으로 나선 건 바로 그때였다. 우거진 숲을 들어가는 건 대낮에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몇 해 전 설치한 임도덕분에 한밤중에도 산불이 발생한 곳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민가 쪽으로 번지는 산불을 어느 정도 차단할 즈음 말간 해가 어슴푸레 떠올랐고 진화대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낙산사 1.4㎞까지 번진 산불은 산림헬기가 출동하자 빠르게 진화됐다.

산림녹화의 성공으로 자란 우리나라 나무의 양이 어느새 OECD 국가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많아지게 되면서 봄과 가을철 건조한 시기에 산불의 위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위 사례에서 임도를 주목하고 싶다. 임도는 산림관리를 위한 기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산불이 발생한 숲에 임도가 없었다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임도가 때로는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선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임도는 산불예방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일부 생태 전문가들은 임도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조성단계에 국한해 바라본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조성단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임도는 시간이 지나며 생물다양성이 회복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임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임도 조성 전·후의 생물다양성 변화에 대해 국가차원의 장기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난 10년 가까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임도의 조성단가도 현실화해 생태친화적인 임도 조성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임도는 단위면적당 임도의 양을 비교할 경우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국내 목재자급률이 16%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갈수록 고령화되어 줄어드는 임업 노동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임도의 확충을 통한 선진국 수준의 산림경영 토대를 조속히 갖춰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임도관리의 질적 수준도 한 차원 높여야만 한다. 그동안 조성해 온 2만 3천여㎞의 임도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집중폭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관리해야 한다.

잘 조성하고 관리된 임도는 숲 생태계와 숲을 찾는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다. 임도는 산불과 같은 산림재해로부터 숲과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해 생산한 국산목재를 국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산림청의 고유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예산과 관리체계를 갖추어 국가 임도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산림청이 앞장서 나가고자 한다. 잘 조성된 임도가 우리 산림의 다양한 가치를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데 기여하게 되길 소망해 본다. 하경수 산림청 목재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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