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소들섬' 송전탑 건설 논란
당진시 송전탑 526기로 전국 최다,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으로 막을 것
'소들섬' 사업승인 날 때부터 지중화 계획 없어, 내년부터 공사 진행할 것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과정에서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과정에서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1973년 삽교천지구 대단위 사업 이후 모래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섬. 수 십 년 간 이름이 없던 이 섬을 지역주민들은 의견을 모아 우강면 소들평야에서 따온 `소들섬`으로 지었다. 올해 제1차 국가지명위원회를 통해 `소들섬`은 정식 이름을 가졌다. 삽교호 한가운데 있는 섬이기에 배를 타지 않고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들섬`. 17만 8000여㎡ 규모의 `소들섬`은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 보고로 터를 잡았다.

그러나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과정에서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를 비롯, 시민사회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환경단체는 `소들섬`의 천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이 일대를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묶기로 하고, 천만농성에 들어갔다. 한전의 송전탑 건설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 `소들섬` 송전탑 설치 논란을 들여다봤다.

△송전탑공화국 당진,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

지난 6일 늦은 오후. 당진시청 정문 앞 한 쪽에 들어선 천막이 눈에 띄었다. 육중한 당진시청 건물에 비해 왜소한 천막은 `야생동물보호구역 조속히 지정하라`, `소들섬을 철탑 지중화하라`란 현수막이 감쌌다. `천막 철야농성 28일자`란 현수막도 눈에 들어왔다.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영란 대표가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김 대표는 "송전탑공화국에 사는 당진시민들의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당진시를 지나는 송전탑은 526기. 전국에서 가장 많다. 14개 읍면 중 송전탑이 없는 곳은 우강면 뿐. 우강면까지 내줄 수 없다는 게 김 대표가 천막을 지키는 이유다. 특히 야생 동·식물이 득실득실한 `소들섬`에 철탑이 들어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송전탑이 건설되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소들섬`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우강면까지 송전탑이 들어설 경우 당진시 전체가 거미줄처럼 송전탑에 묶이는 형상이다. 김 대표는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들섬`은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포유류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은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라며 "당진에서 생산된 전기는 수도권으로 46% 정도가 올라가는 실정인데, 얼마나 많은 전기 생산을 위해 `소들섬`까지 파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

당진시청 앞에서 한전을 규탄하는 집회도 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에 맞서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고민 끝에 나온 방안이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이다. 같은 삽교호 내 아산시 `솟벌섬`이 2015년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례를 감안,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소들섬`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우강면 신촌리 소들섬과 삽교호 수면, 인근 토지 등 274만 7930㎡가 야생동물보호구역 대상이다.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구역내에서는 각종 행위 제한이나 출입 제한 등의 제한이 생긴다. 건축물 또는 그 밖의 공작물의 신·증축, 토지의 형질변경의 훼손 행위도 할 수 없다.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을 원천 차단하는 게 목표다. 이 일대가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될 경우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야생동물보호구역`에 땅이 있는 토지주 5명은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에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한전의 송전탑 건립에 자신들의 토지를 내 줄 수 없다면서 이의 신청을 하기도 했다. 김영란 대표는 "당진시가 몇 년 전부터 해마다 이 일대에 수천만 원을 들여 철새에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정작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시민단체가 나서 천막을 치고,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김홍장 시장을 비롯, 실무부서와 빠른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전에 하고 싶은 말도 전했다. 그는 "앞서 말했지만 당진시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526기의 송전탑이 있을 만큼 한전이 시민들의 피고름까지 짜내는 희생을 강요해서 많은 이익을 가졌다"며 "당진시민들을 위해 송전탑 설치로 인한 더 이상의 희생은 용납할 수 없는 만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다면 지중화로 하라"고 말했다.

△한전, 우강면 구간 송전탑 설치 내년부터 공사 진행

그러나 한전의 입장은 김 대표의 생각과 다르다. 사업이 승인 날 때부터 사전에 우강면의 지중화는 계획에 없었다는 것.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 구간 35㎞ 중 지중화 구간은 5.8㎞에 불과하다. 지중화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송전탑이 들어선다. 아산시 47개, 당진시 27개다. 우강면 구간은 6개의 송전탑이 들어선다. 이중 1개가 `소들섬`에 자리잡을 계획이다. 삽교호 옆 우강평야를 따라 건설되는 송전탑은 `소들섬`을 관통해 아산면 선장면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신평면 신당리에서 선장면까지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계획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전은 우강면 구간에 대해 내년부터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전 한 관계자는 "사업 승인이 날 때부터 우강면 구간의 지중화 계획은 없었다"며 "지역주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이나 지중화 요구에 대해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소들섬`을 놓고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한전과 이를 막으려는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국 최다 송전탑이 있는 당진시. 당진시청을 나오면서 본 전광판에 눈이 갔다. `7년 7월 15일 20시 11분 19초`.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까지 잔여시간을 나타내는 기후시계가 시간을 재촉하고 있었다. 차진영·박계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과정에서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하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과정에서 `소들섬`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하자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한전이 송악읍 부곡리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시 탕정면 신탕정변전소를 연결하는 35㎞ 구간의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선선로를 잇는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영란 대표는 당진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소들섬` 일대를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박계교 기자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김영란 대표는 당진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소들섬` 일대를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박계교 기자
삽교호 옆 우강평야를 따라 건설되는 송전탑은 `소들섬`을 관통해 아산면 선장면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신평면 신당리에서 선장면까지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삽교호 옆 우강평야를 따라 건설되는 송전탑은 `소들섬`을 관통해 아산면 선장면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신평면 신당리에서 선장면까지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공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