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필 필한방병원 원장
윤제필 필한방병원 원장
기온이 내려가며 거리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거나 움츠러든 자세로 걷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추운 겨울이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취하는 이런 자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길을 걸을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움츠린 자세를 취하게 되면 경추와 뒤의 날개뼈를 지지하는 승모근이라는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승모근은 상부, 중부, 하부 등 세 갈래로 이뤄졌다.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면 보통 상부 승모근이 긴장하게 된다. 상부 승모근이 긴장하면 목부터 양 쪽 어깨까지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들며 고개를 돌리기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항상 목 뒤에 무언가를 얹고 다니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한 머리 뒤쪽의 묵직한 통증이나 양쪽 머리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척추는 경추-흉추-요추-미천추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런 구조에서 경추와 요추는 옆에서 봤을 때 앞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전만` 상태로, 흉추와 천추는 뒤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후만`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움츠린 자세는 경추나 상부의 흉추를 구부러지게 만들어 경추의 곡선을 무너트린다. 경추의 곡선이 무너지면 보통 거북목이라고 하는 일자목 형태가 된다. 이 경우 정상적으로 머리의 무게를 분배할 수 없고, 직선으로 바로 하중을 받게 되므로 목 주변 근육들의 긴장이 높아지거나 목 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척추는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보통 위쪽 곡선이 망가지면 아래쪽 곡선에도 영향을 주게 돼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지속할 경우 요추의 전만상태도 무너져 일자허리를 만들거나 심화되면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추위에 움츠린 상태로 걸을 때 속도를 높여서 빨리 걷거나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양상의 보행은 체중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다리와 발 앞쪽에 부담을 주게 된다. 전반적으로 잘 분배 돼야 할 체중이 앞으로 몰리면 무릎관절이나 발목관절의 부담이 좀 더 커지게 되고, 긴장된 근육들은 관절의 부담을 가중시켜 관절염이나 연골의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매서운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고 추위를 빨리 피하려고 종종걸음을 걷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근골격계의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올바른 자세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겨울의 찬 기온은 우리 몸을 긴장하게 만들고 이렇게 긴장이 쌓인 상태에서는 조그마한 영향도 큰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매서운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따뜻한 옷을 챙겨 입도록 한다. 내복을 입는 것도 좋다. 또 추위를 오래 견디고 집에 들어왔다면 스트레칭과 체조를 통해 긴장된 몸의 근육들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윤제필 필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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