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그 규모나 증가속도로 볼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GDP 대비 105.0% 수준이며, 2019년 이후 상승폭은 13.2%에 달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를 억제하고, 또 이미 과도해진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비하는 가계부채 긴급 관리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과거 여러 나라의 경험을 보면 과도한 가계부채는 그 나라의 경제활동이나 금융안정에 매우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과도한 가계부채는 대출부실로 연결되고, 대출부실은 결국 금융시장의 마비와 금융기관의 파산을 초래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1980년 중반의 남미, 1990년대 초의 북유럽, 2008년의 미국과 영국의 금융위기 발생은 모두 과도한 가계부채와 이 부채의 부실로부터 촉발됐다.

가계부채의 규모가 증가하면 왜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또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되는가? 우선 가계부채의 증가는 채무자의 원금과 이자 상환부담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채무자들의 소비와 경제전체의 총수요를 감소시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평균 45.9%를 넘어서면 소비가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는 이 비율이 35.3%만 넘어서도 제약을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DSR은 36.1%로 전체적으로는 임계 수준보다는 낮다고 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임계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그 만큼의 소득과 자산이 증가하거나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으면 원리금 상환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만약 가계부채 증가로 이자율이 상승하고 또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채무자의 상환부담은 가계부채 증가보다 훨씬 빠르게 커진다. 취약차주는 물론 저소득채무자의 경우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자산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그에 따르는 상환부담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게 되면, 1인당 이자부담은 작년의 연간 271만 원에서 올해는 301만 원으로 증가하며, 특히 취약차주의 경우 320만 원에서 373만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이자부담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저소득자는 물론 고소득자라 할지라도 DSR이 높은 채무자는 원리금 연체나 파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출 금융기관도 함께 부실화되거나 파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올 해만해도 두 차례에 걸쳐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고 가계부채의 증가 억제와 가계부채의 질적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무자별로 금융권별로 DSR 기준을 정해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형태와 관계없이 원리금 분할상환비율을 높이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현재의 과도한 부채수준이 총수요 감소나 금융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인상에 보다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주택시장의 급격한 가격변동을 억제할 대응책이 필요하다. 또 더 나아가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이들 취약차주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대응책이 필요하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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