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현 충남대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지난 12월 9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관객에게 몰입과 감동을 준, 한 작은 음악회가 개최됐다. 음악회는 1막 `자연으로서의 나`, 2막 `노력으로 극복한 나`, 3막 `사회 속 함께 하는 나` 등 총 3막으로 구성돼 60분 동안 진행됐다. 음악회 관객은 60 70대 어르신에서 어린아이까지 다양했지만, 음악회 내내 그 누구도 연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한 연주가 끝날 때 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연속됐다.

이 음악회는 `사단법인 아르크` 주관의 `사운더블 예술단 제3회 정기연주회`였다. 사운더블예술단은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었기에 이날의 관객의 몰입적 반응은 놀랍고 의외였으며,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발달장애로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런 핸디캡을 가진 이들의 음악회가 전문음악회에서도 힘든 예술적 아름다움과 감동을 과연 관객들에 선사할 수 있을까? 이 음악회 참석 전에 가졌던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이런 나의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오프닝 나레이션에서 코로나19로 갇힌 답답한 삶 가운데 오히려 이것이 기회가 돼 음악에서 자신을 찾고자 나서게 됐다는 멘트가 음악회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어진 피아노, 첼로, 합창, 마림바 등으로 구성된 연주는 각 막마다 주제에 맞는 나레이션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 발달 장애인으로 구성됐기에 어느 정도 예술적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예술적 아름다움, 사람들을 움직이는 감동, 그리고 예술이 주는 정화작용인 카타르시스까지 예술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번 사운더블예술단의 음악회는 다른 일반 발달장애인들의 음악회에 비해 다음과 같은 점에서 특징적으로 느껴졌다. 첫째는 스토리가 탄탄했다는 것이다. `자연으로서의 나`, `노력으로 극복하는 나`, `사회 속 함께 하는 나`라는 구분되지만 일관된 주제 속에 자연과 사회의 한 동등한 존재로 장애가 있지만 이를 나의 노력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이 스토리와 영상으로 잘 표현됨으로써 관객에게 이해와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둘째는 전체적으로 관객이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연주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한 연주자 마다 그 연주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전체적으로 조화시킴으로써 한 예술작품으로서 수준 높은 가치를 만들어냈다.

셋째는 발달장애인 연주자들과 전문연주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발달장애라는 핸디캡을 가진 상태에서 관객이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낄 만큼 수준 높은 연주를 하는 것은 다수로 구성된 합창에서는 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 보컬들이 중간 중간 위치해 발달장애인들이 내기 힘든 소리를 내줌으로써 합창수준을 전문가 수준으로 확 높여줬다. 이는 합창을 장애라는 동정이 아닌, 수준 높은 예술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했다.

넷째는 다함께 노력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연주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의 모습이 함께 담겨질 때 그 감동이 배가하는 법이다. 이 음악회에서는 연주자들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과 음악감독, 그리고 천안예술의 전당 관계자들의 노력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

이번 연주회가 보다 특별한 점은 정부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하나의 정식 직업을 창출해 줌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돕고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천안시에 의해 지원됐다. 장애인을 포함해 고령인력, 저학력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많은 일자리들이 1회 성 내지 무상지원, 그리고 저급의 일자리라는 문제점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번 음악회는 이런 취약계층의 일자리 사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록 취약한 부분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탄탄한 기획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그리고 다함께 노력으로 극복하고 지원한다면 사회의 당당한 위치에서 충분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성을현 충남대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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