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석 한밭대학교 국제교류원장
권기석 한밭대학교 국제교류원장
20대가 화두다. 정당들은 앞 다투어 20대의 마음을 사려 한다. 그것은 정략적 목적일 수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20대의 생각과 활동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주류문화로 발전되어 갈 것이다. 대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궁금한 필자는, 지난 달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20대 남녀 대학생들과 함께 `대전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평생 살아갈 정주지로서의 대전은 어떠할까? `노잼 도시`는 지금까지 대전을 연상시키는 키워드였다. 20대들은 `꿀잼 도시`로의 탈출이 정주지로서의 대전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20대들이 좋아하는 유명 가수의 전국 단위 콘서트나 주요 미술 전시회가 대전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과 관련된 큰 행사나 활동이 다른 도시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은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이를 통해 이른바 `MZ세대`의 소비성향이 고급화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큰 자연재해가 없다는 점, 도로 등 교통 여건은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대전은 취업하기 좋은 도시일까? 가장 아프게 와 닿는 지적은 직업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학생들의 경력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비즈니스, 마케팅, 미디어 관련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에는 공기업과 정부기관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지역 인재 할당 등에 기대를 가지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수도권에 취업한 동기생과의 대화를 전하면서, 친구와 가족이 대전에 있어 이들과 함께하는 본인을 부러워한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과의 원만한 관계를 중요한 삶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의 가족주의적 성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MZ세대`가 가족적인 평온한 삶을 추구한다는 지적과도 일치한다.

도전적으로 창업을 할 만한 환경을 대전이 제공하고 있을까? 창업이 주는 `불확실성`이라는 이미지는 20대들에게 부정적인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의 시선 또한 이를 장려하지 않는 듯하였다. 한편 실제 창업을 했던 학생에 따르면, 초기단계 창업자를 위한 대학과 대전시 기관의 지원은 잘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신생 벤처 기업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주거비, 교통비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굴러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초보 수준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의 반복과 입주 공간의 협소성은 다음 단계로의 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었다.

대학교육은 대전 20대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대학의 교육을 바꾸기 위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설계 등과 관련된 과목은 갓 입학한 대학생들에게 사회진출에 대해 고민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실습을 통해 이공계 전공과목의 지식이 공장에서 활용되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학교수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문제해결식 수업, 코칭, 플립러닝 등이 대학교육 방법의 미래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코로나와 같은 위기에도 대전의 20대들은 열심히 본인들의 진로를 탐색하는 노력, 삶에 대한 의지를 멈추지 않았다. 대덕연구단지와 같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이 이를 기반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는 학생의 바람이,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의 소신과 일치하는 것은 놀라웠다. 대전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나누고 연결하고 소통한다면, 20대와 함께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일구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권기석 한밭대학교 국제교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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