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 '왕릉 뷰 아파트' 문화재委 심의… 또 다시 '보류' 결정
문화재청 "가치 훼손 불가피"vs건설사 "이미 현상허가 받아" 소송전 불가피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의 경관을 훼손시켜 논란이 됐던 인천 검단 공동주택단지 건립에 대한 건설사 개선안 심의를 다시 보류했다.

문화재청은 인천 검단신도시 공동주택단지 조성과 관련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회 궁능분과와 세계유산분과 합동 심의를 열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건립된 아파트와 연결한 스카이 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심의는 공동주택 사업자 3개사 중 2개사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1개사에 한해 진행했다.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0월 궁능문화재분과·세계유산분과 합동분과 2차 회의에서 3개 건설사들이 낸 개선안으로는 장릉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려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검토키로 했다.

문화재위원회는 두 차례 소위원회를 구성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외부의 건축물을 포함하여 단지별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등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영향을 기술적이고 전문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아파트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되고, 수목을 식재해 공동주택을 차단하는 방안은 33-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자문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보류` 판정을 내린 이후에도 공방전이 이어지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3개 건설사 중 2곳이 심의 하루 전인 지난 8일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철회했고, 문화재위원회 주관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로써 공사중단 행정명령을 내린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 법정 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참여 건설사들이 개별심의 신청을 하지 않았고, 아파트 높이는 모두 현상변경 기준의 3-4배인 70-80m 가량이어서 경관 훼손 등 논란이 일었다. 결국 문화재청은 이들 업체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아파트 건설이 심의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건설사를 고발했었다.

하지만, 3개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해당 고시가 경기 김포시에만 고지됐고, 지난 2014년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이 이번 문화재청 심의를 거부함에 따라 최종 결정은 법원 판단에 달렸다. 법원이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면 공사가 재개되고 입주가 가능해지나, 문화재청이 불복할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 년 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 왕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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