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길 시인
박순길 시인
중학교 때부터 하루에 착한 일 하나씩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다. 당시 도덕 선생님이 유난히 일일일선을 강조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동받아 실천해오고 있으나, 오늘 착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머릿속에 남은 게 없다. `일일일선` 하면 중학교 때 일이 생각난다.

당시는 시오리 먼 길을 통학했다. 학교에서 올 때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오지 않고 혼자서 왔다. 손 안에 단어장을 들고 중얼거리고 오거나 책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도중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니 아이가 보리밭에 넘어져 입에 흙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그 옆을 지나가는 친구는 그냥 지나쳐 가고 있었다. 다가가서 입 안의 흙을 파내고 털어주자 울음을 그쳤다. 그날 저녁, 공부방에 모인 친구에게 그 일을 말했더니 저녁에 일기를 쓸 때 오늘 착한 일이 없다고 고민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지나쳤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친구의 배려심이 나의 착한 일보다 앞서간다는 것을 늦게야 알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어제부터 담배꽁초가 있어 눈살을 찌푸렸다. 나 아니어도 누가 줍겠지, 청소하는 분이 치우겠지 생각하며 또 하루가 지나도 그냥 그 자리에 있다. 누가 볼까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슬며시 주었다. 가슴이 후련했다. 이런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모임에 가면 친구들이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묻는다. 말은 안 해도 좋은 일은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생겨난다.

또 한편 생각해 본다. 나도 모르게 나쁜 일 하는 것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에 나쁜 일을 더하고 빼보면 좋은 일이 없다. 아름다운 사회가 되려면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많아야 되는데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착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길가에 깨진 유리조각이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살짝 옆으로 치우는 것, 휴지 하나 줍는 것, 방향등을 켜고 오는 차를 끼워주는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기 전에 생각해 보면 이마저 하는 일이 없어 편한 마음으로 잠이 들지 않은 때가 있다. 실천하는 작은 일 하나로 사회가 밝아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는가. 요 며칠은 이런 일마저 없어 부끄러울 뿐이다. 박순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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