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담은 개정안 발의돼
방법론적 관철 가능성 높이고
행정수도 완성에도 일대 진전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한 입법화 작업 계기가 마련됐다. 첫 시동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걸었다. 지난 7일 법적 근거를 명시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하 행정도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대선 정국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슈 선점에 나선 것으로 비칠 소지도 없지는 않다. 이는 흔히 하는 말로 메시지를 헤아리지 않고 메신저에만 주목하다 보면 빠지기 십상인 오독이다. 법률안 개정안을 누가 발의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적 탐색으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정 부의장이 기발한 묘수 법안을 낸 것은 아니다. 현재 작동중인 법률에서 일부 조항을 손질해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법안으로 만들어낸 게 요체다. 이 정도는 현역 의원이라면 누구라도 가능한 영역이다. 이번 개정안 건만 놓고 보면 정 부의장이 초반 점수를 벌었다. 개정안 발의라는 입법 작용의 길을 틔움으로써 정책 실현 예측성을 높이는 한편, 대선 여론과 맞물려서는 지역에서 소구력 높은 사안의 맥을 감각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다.

개정안 내용은 별로 까다롭지 않다. 현행 행정도시법 2조에는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 이전과 관련해 `대통령은 제외`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이게 살아있는 한,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청와대 외에 따로 세종에 집무실을 설치할 수 없다.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정 부의장 개정안은 일차로 문제의 여섯 글자를 삭제시켰다. 헌법 기관으로서의 대통령도 세종에 집무실 공간을 둘 수 있는 법적 입구를 열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 그치면 혼선이 올 수 있어서 같은 법 16조 4항을 신설해 `대통령과 그 소속기관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집무실의 분원을 설치하는 계획을 포함`토록 하는 명시조항을 넣었다.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청와대라는 등식을 깨되 세종 집무실에 대해서는 분원 개념으로 위치시킴으로써 다툼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이해된다.

일단 이만한 개정안이면 여야 협상의 테이블에 올리는데 있어 명분과 취지, 그로 인해 예상되는 실익 등을 감안할 때 무난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법안이냐 하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결론은 같지만 그에 이르는 관점과 접근법 등을 얼마든지 달리할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라면 또 누군가가 개정법안을 접수시킨다 해도 상관없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균형발전특별법 개정 과정에서도 여러 명 의원들이 각각의 개정안을 발의해 경합한 바 있고 그에 따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본 적이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복수의 개정안끼리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으면서 정책의 당위성도 강화해줄 수 있다면 법안간 품질 경쟁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의 국정행위가 세종에서도 가능해지면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변화의 파장을 몰고 올 게 자명하다.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집무공간은 청와대와 동의어였다. 이 구조화된 독점 등식이 깨지게 되면 국정 패러다임도 바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각부 장관들과의 정책 현안 협의, 외빈 접견,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과 미래 산업 토론, 기업현장 방문, 대학생이나 지역민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 행보 등 이전과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 상상된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요청이다. 세종의사당 시대가 열리면 세종은 입법·행정 기능의 중추도시로 급부상한다. 대통령 집무실 공간까지 생기면 세종은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에 정점이 찍힌다. 종국적으로 수도조항 명문화로 가는 포장도로가 깔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당장은 정면돌파가 여의치 않은 만큼 법률로써 도모할 수 있는 최대치인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입법화하는 게 맞다. 방아쇠는 당겨졌다. 나병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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