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 소재 합성법 제시…모든 방향에서 빛 음굴절 가능

메타물질 소재가 빛을 음굴절시키는 현상을 모사한 그림. 사진=정인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제공
메타물질 소재가 빛을 음굴절시키는 현상을 모사한 그림. 사진=정인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제공
모든 방향에서 빛을 음굴절(빛이 정반대로 굴절하는 현상)시킬 수 있는 `벌크 메타물질`이 구현됐다. 메타물질은 인위적으로 빛을 굴절시켜 사물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 이는 영화 속 `투명망토`를 가능케 하는 신비의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정인 교수(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연구팀과 한국세라믹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음굴절하는 파장대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벌크 메타물질을 구현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무궁무진한 상상 속의 기술 구현이 가능한 미래혁신소재 플랫폼이다. 음굴절이 구현되면 투명망토나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 초고해상도 이미징, 빛 경로 제어, 초고성능 센서 등을 실제로 응용할 수 있다.

그동안 메타물질은 매우 작은 금속이나 유전물질의 주기적인 배열을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극한 난이도의 가공기술을 동원한 세공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었다. 메타물질의 구조가 성질을 좌우하기에 구조의 설계와 변형이 어려운 기존 합성방식으로는 다양한 메타물질의 구현과 성질 제어는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주로 2차원 박막 형태의 물질 위주로 3차원적 성질이 구현된 바 없고 양산할 수 있는 정도의 벌크 소재(자연계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도 개발된 바가 없다.

이에 연구팀은 박리화된 질화 보론과 흑연층이 자발적으로 교차적층되는 합성법을 개발하고, 이 분말을 벽돌처럼 찍어 잘라낸 벌크 소재가 3차원 모든 방향에서 하이퍼볼릭 메타물질(한쪽 방향의 유전율이 다른 방향의 유전율과 부호가 반대인 비등방성 물질) 성질을 보임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메타물질과 달리, 화학적 조성 제어를 통해 음굴절을 구현하는 파장대를 정밀하게 조율할 수 있다. 특히 나노구조체가 아닌 벌크 형태로는 처음으로 구현된 메타물질로, 평면방향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들어오는 빛을 음굴절 시킬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을 빛이 통과할 때 양(+)의 굴절률을 보이며 꺽이는데, 이와 반대인 음(-)의 굴절률을 보이며 급격히 꺾이는 현상을 음굴절이라고 한다. 이는 투명망토, 나노입자도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특수 나노세공기술이 필요 없는 손쉬운 벌크 소재 합성법의 실마리를 제공한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앞으로도 다양한 메타물질을 합성할 계획이다.

정인 교수는 "실용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메타물질 개발을 위한 소재 합성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용화되면 영화에 나오는 투명망토 등 꿈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온라인판에 지난달 16일 실렸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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