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토요일 오후였다. 늦여름인지, 초가을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답답해 미칠 지경이니 바람 쐬자는 제안을 받았다. 말이 제안이지 "지금 가고 있으니 나와!" 거의 막무가내였다. 자주 왕래하는 대학 동기들이다. 콧바람이 간절한 게 그녀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담겨있었다. 신탄진 가는 길, 수자원공사에 멋들어진 전시장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들 중 최근 사모님 소리를 듣는 친구가 그곳에서 초대전을 연 모양이다. 겸사겸사 전시도 보고 대청댐 가는 길, 카페에서 커피에 맛난 디저트를 즐길 계획이었다.

수자원 공사 입구에서 계획이 틀어졌다. 코로나 19 때문에 출입이 통제되어 버렸다. 입구에서 차를 돌리며 시끌벅적, 야단법석을 떠는 그녀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어쩌지! 어디 가지? 분명히 전시를 보고 카페에 가자고 했던 그녀들이었다. 카페에 가서 노닥거릴 시간이 더 늘어난 것뿐인데 웬 호들갑일까. 속으로만 생각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친구들이 이성을 찾은 모양이었다. 자동차는 이미 대청댐으로 향하는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마땅한 카페를 만나지 못하고 대청댐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시장 대신에 대청호를 보는 것으로 변경된 셈이다.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제법 있었다. 방부목으로 정성 들여 만든 산책로를 따라 대청호가 한눈에 보이는 광장으로 올라갔다. 인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스크를 쓴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와 속내가 비슷한 사람들인 것은 분명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모래사장을 거닐며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맛난 해산물을 즐기며 산뜻한 토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을 사람들이었다. 멀리 못가니, 지척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자 하는 속내를 너무나 공감했다.

코로나 끝나면 배낭여행 가자! 갑자기 떠나야 해! 대청호의 전경을 보니 더욱 마음이 동한 모양이었다. 두 친구는 시부모를 모시는 요즘 흔치 않은 효부다. 시집 시(媤)만 붙으면 고생이라는 것을 20년 넘게 해온 사람들이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요즘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측은했다. 그녀들의 호들갑에 감히 딴지를 걸지 못했다. 그래, 코로나가 지나가면 배낭 메고 어디든 가자!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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