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송선헌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코로나19로 집에서 선(禪)체조 후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창한 `룰루랄라산악회` 소속도 아니고 익스트림 스포츠의 놀이터가 된 아이거(Eiger) 북벽(Nordwand)을 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저 휴일에 산보 삼아 야산(野山)에 가볍게 오른다.

이 계절이면 산은 몸매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무성한 잎들로 덮여있던 여름을 벗어버린 가을을 지나 낙엽들이 땅을 덮고 있다. 말라버린 잎들을 밟는 것도 미안하다. 가끔 꼭 필요한가 싶은 리본들이 보이기도 한다. 인간들과 달리 한 곳에 정착하여 죽을 때까지 한 곳에서만 터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도 우리가 모르는 질서가 있는 듯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 속에는 많은 식구들을 껴안고 보듬고 살아가는 섭리(Providence)들이 있을 것이다. 수명을 다하고 쓰러진 나무들도 하찮아 보이지 않는다. 우주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분해되는 시간일 것이다. 이런 감정이 없어질 즈음이면 숨찬 가슴과 엑틴(Actin)과 마이오신(Myosin)의 수축작용으로 젖산이 쌓여가는 뻐근함이 시작된다.

200m 깔딱 고개를 겨우 올라가면 높지도 않은 500여m의 정상(Summit)이 있다. 정복이라는 기쁨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즐거운 놀이를 했다고 느끼는 그 정도의 정상(the highest point)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한 잔에 2000원 하는 증약(增若) 막걸리를 파는 아저씨가 있다. 큰일 했다 싶게 시켜 놓고선 마늘종을 고추장에 발라 안주 삼는다. 그 곳에서는 정상(Crest)을 얕잡아 보는지 사람들이 금방 금방 바람처럼 내려간다.

정상(Top)에 앉아 내려 본다는 것은 그만큼 올라 왔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아니면 무엇인가를 밟고 올라 왔다는 것이다. 본인도 수고스러웠겠지만 정상(Acme)의 길을 내 준 것들도 애를 쓴 것이다. 그러기에 정상(Pinnacle)은 항상 요구한다. 정상(Culmination)은 늘 변하고 그리고 오래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정상(Apogee)인 이유다. 그리고 내려가야만 한다는 절대적인 진리가 정상(Apex)에는 있다. 내려가야만 하는 정상(Vertex)에선 뜸을 들이거나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정상(Climax)에선 언제가 좋겠는가? 항상 결단을 요구한다. 이 결단을 잘 내린 자만이 진정한 정상(Zenith)의 맛을 본 것이다. 그리고 미련 없이 다시 내려가는 것만이 정상(Normal)적인 인간의 도리이자 삶인 것이다. 올라간 모든 것들은 내려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정상(Peak)도 금방 지나가듯이 삶도 단출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지나가는 여정(旅程) 임을 알아야 한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린 올라간 이상 내려 와야만 한다는 사실, 그것이 삶의 멋이다.

훗날 아이거 북벽 아래 초원에서 융프라우요흐(Jungfrau Joch)의 따스한 햇살을 흠뻑 맞으며 단본의 행주(幸州) 기 씨인 그레고리오, 천주교 안성공원묘원 10-다-12에서 요절을 슬퍼하고 있는 기형도(奇亨度, 1960~1989)의 `입속의 검은 잎` 중 `병`을 읽어보고 싶다.

진실은 늘 가까이에 있어 그것을 아는 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부귀와 귀천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주인공들이다.

정상(頂上)보단 그것을 향해 가는 길에 보석을 발견할 것! 그리고 난 보통의 정상(正常)으로 인간적인 냄새와 울림이 있는 그런 12월, 올해를 마무리 할 것이다. 당신은 올 한 해를 이런 주인으로 살았는가?

송선헌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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