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세명대 교수(법학박사)
김상진 세명대 교수(법학박사)
대망(大望)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헛수고다. 사전에 실리지 않은 단어다. 흔히 대망론을 얘기하면 야마오카 소하치, 시바 료타로의 소설 `대망`을 떠올린다. 누군가 최고권력자를 꿈꾼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헌정사 관점에서 보면 대망론은 특정지역 인사가 여럿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서 생겨난 신조어 비슷한 개념이다. 국민들의 강력한 여망을 받았던 김대중의 호남 대망론은 IMF 경제위기에 힘든 국민들이 준비된 그를 수용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대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김종필, 이회창, 반기문 등 충청권 출신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지만 아직 충청출신 인사가 대권을 잡아보지 못했다. 단지 조역을 담당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즈음 분위기 즉, 대선판 공기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충청대망론이 핫(Hot)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공화제이며 국민주권국가이다. 즉,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고, 모든 사람의 천하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누군가 나타나서 아무리 충청대망론을 설파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면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막연한 희망은 대망이 될 수 없다.

목하 정권교체냐 유지냐를 묻는 국민여론조사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숫자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이참에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로 충청권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인사가 등장하였다. 이제야 말로 진짜 충청대망론을 꿈꾸게 되었다고 본다. 이회창이 야당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 대선에 도전하였지만 2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한번은 월드컵에 또 한 번은 중상모략의 병력비리에 휩싸여서 큰 힘 한번 못쓰고 낙선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망론은 일종의 소외감 보상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다시 말해 대망론이 나오는 이유는 그 동안 충청권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는 충청대망론이 현실이 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후보를 `국민의 힘`이라는 야당에서 충청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의 부친을 포함하여 조상이 500년 이상 터잡아 살아온 그곳 충청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후보를 탄생시켰다. 윤 후보는 서울출생이지만 그에게는 충청의 피가 흐르고 있다. 충청인들의 꿈이 실현될 더 할 나위없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즉, 충청대망론을 펴도 하나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은 자랑할 만한 후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야 말로 충청대망론을 신나게 이야기해도 전혀 흠이 없는 진짜가 우리 앞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런 대통령후보를 조만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지조있는 검사생활에서부터 검찰총장 시절 조국 사건과 정권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온갖 압력과 핍박을 이겨내고 국민들 앞에 나온 것이다. 그는 내로남불의 불공정을 깨라는 시대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국민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이제 충청대망론에서 출발해 국민통합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윤석열은 어느 장소에서 "뿌리 없는 줄기와 열매가 없다며 500년 조상의 고향인 충청의 피를 타고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역 연고를 부각한 적이 있다. 그것이 충청대망론인 것이다. 우리가 충청을 말할 때 충절의 고장이라고 한다. 충청의 충(忠)은 가운데 중(中)자에 마음 심(心)자를 붙인 글자이다. 이는 큰 바위에 심을 박아 움지이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향해서만 권력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치라는 것이 크게는 치국경세를 위해, 작게는 개인의 영화를 위해, 겹겹의 지략과 모략을 쓰고, 때로는 음모와 반역도 서슴지 않는 역동적인 결투장이다. 마침 불어온 충청대망론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고 국가발전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길 충청인과 아니 국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평생을 의(義), 이(理), 공(公)을 위해 씨름한 사람답게 정의와 상식을 세울 수 있으리라. 오래전 추풍(秋風)을 밀치고 시작한 윤석열 바람이 태풍으로 성장하여 제주, 경상, 전라, 충청, 경기를 거쳐 한양까지 도도히 번질 충청대망론을 다시 음미해 본다. 김상진 세명대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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