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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이야기] 동방박사들이 봤던 별은?

2021-12-06 기사
편집 2021-12-06 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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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캐롤을 자주 듣게 되는 계절이 왔다. 안토니 가우디가 건축을 시작한 에스파냐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탑 꼭대기에는 며칠 전 5.5t 무게의 대형 '별'이 달렸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 위에는 주로 별을 달고, 성탄절 연극에는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가 자주 등장한다. 동방박사가 봤다는 별은 실제 우주에 존재했던 별 중 하나였을까 또는 자연에 없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었을까?

이 질문은 서력 기원, 즉 서기가 시작된 이후 수없이 제기됐다. 둘 이상의 행성들이 하늘에서 가까이 모임으로써 밝게 보이는 현상인 합(合, conjunction), 신성이나 초신성, 혜성, 유성 등 많은 후보들이 제안됐다. 이런 후보들 중 만약 수백 년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면 그것이 인간 세상에서는 긴 기간일 수 있겠지만, 전문적으로 하늘을 관측했을 동방박사들이라면 유일한 사건이 아닌 반복 현상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동방박사는 수백 년마다 정기적으로 낙타를 타고 사막의 먼 길을 자주 여행해 왔을 테니까.

천문학자의 관점에서라면 별이 실존했으리라 여기고 가능성 있는 천체를 하나하나 짚어보게 되는데, 케플러도 그런 일을 했었다. 금성 다음으로 밝은 행성인 목성과 토성이 밤하늘에서 매일 밤 위치를 바꾸다가 점점 가까워지면 합을 이루는데, 케플러는 계산을 통해 BC 7년에 목성과 토성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두 번째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또다시 세 번째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삼중합(三重合, triple conjunction)을 이루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BC 1000년에서 AD 1년 사이에 삼중합은 모두 7번이나 있었다. 즉 천체에 관한 동방박사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삼중합을 인류사의 유일한 사건으로 여기기는 어렵다.

특이하게도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1604년의 우리은하 초신성을 직접 관측했던 케플러는 신성이나 초신성을 유력한 후보로 여겼다. 하지만 동방박사는 본 별을 당시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던 점을 보면 오히려 신성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천문학자 마크 키저는 그의 책에서 반복되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여럿 겹치는 현상에 주목한다. 즉 BC 7년에 목성과 토성의 삼중합이라는 드문 현상이 일어나고, 다음 해에 목성 토성 화성의 세 행성이 물고기자리의 아주 좁은 지역에 모이는 결집 현상, 그리고 같은 달에 목성과 달이 물고기자리에서 결집하고, 마지막으로 BC 5년 어느 날의 새벽 동쪽 하늘에서 새로운 별, 신성이 발견됐다.

하나의 천체 현상만으로 여러 정황들을 모두 설명하는 후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마크 키저의 주장처럼 하나가 아닌 여러 희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밝은 별이 그 절정을 장식함으로써 신앙을 가지고 하늘을 꾸준히 응시하던 이들에게 신호를 주었을 가능성은 아주 매력적이다. 또 흥미로운 점이 있다. 르네상스 이전의 서양에서는 하늘-천구를 신에 의한 완전한 작품이라고 여겼기에 특이한 천체 현상을 거의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반면 우리 조상들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손님별-신성이나 혜성, 일식, 월식, 태양 흑점 등의 기록을 풍부히 남겨서 특히 베들레헴의 별이 나타났을 법한 시기의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특별히 마크 키저는 중국 전한서(前漢書)의 기록과 우리나라 신라의 일을 기록한 삼국사기에 주목한다. 신성과 같이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천체의 연구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고천문학사 연구를 통해 인류가 늘 궁금해했던 수수께끼가 풀릴 날을 고대해 본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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