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 대표공인회계사
임성빈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 대표공인회계사
회계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고객 세무조사를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공인회계사뿐 아니라 회계법인 소속 국세청 출신 전문가들이 함께 대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세 대상이 되는 사건은 이미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라 완벽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올해 대응했던 세무조사 사례 중에서 기억해둘 만한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 철강회사에서 퇴직 후 개인사업을 시작한 어느 철구조물 시공업체 대표에 대한 조사사례다. 퇴직한 기업에서 재료를 매입해 숙련공 위주의 팀을 꾸려 십 수년 동안 현장시공을 해왔다. 사세가 점차 확장돼 회계법인 사무실에 기장대리를 맡겼다. 공사현장 수입은 일정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닌지라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숙련공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업체도 일이 있을 때만 채용해서 자유직업에 대한 소득세(3.3%)만 신고납부하는 세무처리를 해왔다. 숙련공 중 상당수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금과 자녀의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소득이 노출될 경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됐다. 숙련공들은 본인이 수령한 실제 인건비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도록 요구해왔고 사업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매출에 대응하는 경비처리를 하지 못해 많은 세금을 내게 됐다. 궁여지책으로 모 철강회사에서 실제 매입액 보다 많은 세금계산서를 받아 소득을 축소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결국 철강회사가 정기세무조사를 받게 되어 이 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던 것이다. 과다하게 수취한 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부당신고가산세 40%를 포함해 납부지연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문제 발생 요인인 누락된 인건비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당시 규모가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공사기간 매일같이 PC에 꼼꼼하게 기록한 작업일지가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이 됐다. 인부별 출퇴근 시간, 공사진행상황, 현장민원발생에 대한 세세한 기록과 일당 지급액까지 기록된 작업일지를 인건비 지급한 금융증빙과 함께 제출해 결국 과세관청으로부터 인정받은 후에야 밤잠 설쳤던 대표는 두통을 덜게 됐다. 파일이 작성된 시기를 입증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원본까지 제출하면서 대응하자 완고했던 담당 세무조사관이 감동하지 않았나 싶다. 평소 호미를 잘 쓰면 가래보다 더 많은 걸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다음은 특정거래에 대해 미리 자문을 받아 세무조사를 별 탈 없이 받은 병원사례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확장이전했던 병원장은 걱정이 많았다. 병원 건물 임대인이 특수관계법인이기 때문이었다. 건물 소유 및 관리, 대출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별도 법인설립이 유리하다 판단해 병원장이 100% 주주인 법인을 설립했던 것이다. 시가를 반영한 적정한 임대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고민하던 병원장에게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 받기를 조언했다. 얼마 전 정기세무조사를 받게 된 이 병원은 특수관계법인과 거래였던 병원건물임대 사실이 큰 쟁점이 됐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감정평가서로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감정평가사 공신력이 도움이 된 것이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간 거래에 대한 규정은 엄격하다. 특수관계자간에 이뤄지는 부당행위를 부인해 탈세를 방지하는 데 있다.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란 조세 회피를 방지해 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다.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될 때 비록 그것이 법률적으로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이를 부인하고 세법에 의해 거래금액과 소득금액을 다시 계산하게 된다. 보통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자산을 양도한 경우 금전이나 그 밖의 자산 또는 용역을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대부하거나 제공한 경우, 금전이나 그 밖의 자산 또는 용역을 높은 이율 등으로 차용하거나 제공받는 경우 등으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세법상 특수관계자의 범위는 국세기본법에 상세하게 열거돼 있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국세기본법 제2조 제20호와 해당 시행령을 찾아서 일독해보길 권한다. 임성빈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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