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하 시인
최길하 시인
예술계에 물었다. 우리 예술가 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압도적으로 백남준이었다.

백남준을 가진 나라, 백남준을 읽을 수 있나? 1950년대, 다 떨어져 흔들거리는 갓 쓰고 흰 두루마기 입고 피아노를 쳤다면? 도끼로 피아노를 박살내고 그 파편 위에서 춤추고 굿(?)을 하였다면? "또라이지!" 천만다행 독일에서 했다. 세계가 그를 주목했다. `백아`의 율현(律絃)을 알아듣는 `종자기`는 외국에 있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무당! 무당! 하고 있다. 한 후보가 철학원에 가서 "되겠습니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상대 후보는 무당무당(무당은 아닌데)하며 조롱한다. 무당은 왜 미신(迷信)이 되었는가? 예수 팔고 부처 팔아 챙기는 사이비가 있듯, 굿하고 혹세무민하는 무당 탓이다.

백남준을 보라. 굿, 음악의 음소(音素-피아노의 검고 흰 건반과 부재 조각들) 소리씨앗을 보여준다. 마침내 전자(비디오아트)의 바다에서 유영한다. 전자는 분자단위 이하 양자역학이다, 떨림과 울림이 곧 만물이라고 현대과학은 직지(直旨)한다.

백남준, 해방공간에서 경성 갑부 늦둥이로 태어났다. 매년 어머니가 펼치는 조선제일의 굿판을 보고 자랐다. 무당은 천문역(天文曆)과 교감하는 신의 메신저였다. 우리민족 대빵 할아버지 단군이 바로 무당의 원조다. 그래서 군(君)자를 붙였다. 무속신앙은 미신(迷信)이 아니고 미신(微神)이다. 별들(日月星辰)의 상호관계 에너지장(場)이 내게 미치는 영향이다.

춤과 노래는 천악(天樂)에서 발생했다. 하늘과의 교감방법이다. 별들의 운행과 주파수 맞추기다. 춤(떨림)노래(울림)→굿→놀이마당→풀이(살풀이 성주풀이 등)→심성과 정서를 조율하고 신(神)바람으로 도약한다.

세계를 울리는 아이돌그룹이나 세종대왕의 음악관과 훈민정음도 천문과 역(曆)이 그 발원지다. 떨림과 울림의 과학이다. 천음 천악을 드러낸 문장과 문법이 삼라만상의 율법(律法)이다. 자연의 문법을 살피고 천문역을 한 넝쿨의 방정식으로 풀어 낼 수 있는 혜안, 그가 진정한 무당이다. 그래도 무당! 무당! 할래? 하긴 요즘 무당은 무당이 아니지! 최길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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