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감 보이지 않는 대선
후보 3무 대결 볼썽사나워
민심 잘 읽고 오만함 버려야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이번 대선만큼 국민들을 혼란스럽고 짜증 나게 하는 선거가 있을까 싶다. 도덕적, 윤리적, 정책적 우위에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럴 처지가 안 된다. 후보들의 흠결이 너무 많아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기권할 수도 없으니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할 판이다. 이런 비호감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비호감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 차례 여론조사에서도 비호감도가 60% 안팎이나 됐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후보들이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후보의 과거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형수 욕설`, `조카의 살인 변호`까지 하나같이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당에서 두둔하고 싶어도 염치가 없고, 명분이 없는 명제도 있다.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후보가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가관이다. 여태 못하겠다던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고,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도 거두어들였다. 청년에게 사과하고, 대장동 문제와 살인자 변호에도 사과했다. 문제는 `사과 행보`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대장동 특검은 여야 합의 과정을 감안할 때 시작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리자마자 쟁점 법안들에 대해 강행 처리를 하명한 것도 놀랍다. 여당이 방망이를 들고 있기에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이다. 이 후보가 왜 사과했는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 왕(王) 자`와 `개 사과` 논란으로 비호감을 부추긴 바 있다. 최근에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다운 리더십이 없다 보니 `윤석열의 문고리 3인방`이 휘두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논문 표절·허위 경력 제출을 포함한 여러 의혹 중 뭐 하나 말끔하게 정리된 게 없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대선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도 문제다. 윤 후보의 대선 공약을 보면 보수 야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공약도 있다. 뒷감당이 안 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 원 지원을 들고 나와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별 공약은 대선 후보로서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충청권 공약만 보더라도 충청권 메가시티,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대통령 집무실 설치 등 지역 현안을 나열해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은 하다 하다 이제는 진흙탕 `3무(無)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 후보에 대해 무능하고, 무식하며 무당에게 물어보는 3무로 폄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살인자와 조폭 변호, 대장동 사건에 대해 수치심이 없다는 의미의 무법, 무정, 무치를 거론했다.

후보들의 이런 행태를 보고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국민들도 꽤 있다. 오죽하면 이 후보와 윤 후보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한 명은 구속된다는 말이 나올까. 우리 대선 판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두렵고도 안타깝다. 두 후보는 공교롭게도 민심(民心)과는 결이 다른 당심(黨心)을 등에 업고 대선 후보가 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만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두 후보 모두 대선 문턱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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