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신부·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
강대원 신부·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
첫 눈이 왔다. 아주 소박하게. 그렇게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편지가 조용히 왔다. 어떤 이에게는 첫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레임 가득한 시간이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추운 겨울이 다가와 살길이 막막하거나 귀찮음의 시작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첫 눈을 비롯한 `처음`이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오는 말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시`라는 말 또한 여러 의미로 다가오는 말일 것이다. `다시` 시작된 대선, `다시` 시작된 국민을 분열시키는 뉴스들 등등. 그것보다도 우리 삶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 일은 `다시` 증폭된 코로나의 위협이다. 2년 간의 위협이 종식되지 않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삶이 다시 위협받고 있다. 백신을 맞으며 이 어려움이 종식되기를 한 마음으로, 한 행동으로 하였지만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한 듯 그 위협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 전염병은 계속해서 우리 삶의 주변을 빙빙 돌며 일상으로의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지난달 27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막을 내렸다. 한 종교의 위대한 인물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회는 자신들만의 축제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의 축제, 그중에서도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축제로 변모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전에도 칼럼을 통해 이야기 했던 `백신나눔운동`이 바로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

대전, 세종, 충남을 관할하고 있는 천주교대전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주도하셨던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위한 `백신나눔운동`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에 펼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한 해 동안 모은 성금이 11억 여원에 이른다. 그래서 이 성금을 교황님께 직접 보내드렸고 교황님께서는 돈이 없어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이 성금을 쓰셨다고 대전교구에 편지를 보내왔다. 또한 대전교구만의 활동이 아니라 한국천주교회 전체가 움직이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세상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그들의 생명권을 존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시` 이 `백신나눔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노력으로는 이 위협이 종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자국민만을 위한 백신과 부스터 샷등은 일시적으로는 이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인 듯 보여졌지만, `지구촌`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부자 나라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자국민을 위한 백신을 불필요한 양까지 사들였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코로나가 더욱더 창궐하여 변이종이 발생하였다. 이 변이종이 다시 다른 나라를 위협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악순환 속에서 반복될 것이다. `나`만이 잘 살 수 없다. `우리`가 잘 살아야만 해결되는 문제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한 종교에서 시작된 `백신나눔운동`이 우리 사회 전체, 전 세계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듯 보인다.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의 마음은 좀 너그러워진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의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진다. 올 연말연시에는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 행위가 이어지는, 그래서 이 전염병이 `다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강대원 신부·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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