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최근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숲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서 생활체육 참여순위는 걷기 49%, 등산 22.8%로 걷는 인구가 약 72%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게 걷고자 하는 인구의 증가에 따라 숲길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숲길은 단순한 길처럼 보이지만 활동 유형에 따라 나뉜다. 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등산로, 지역의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즐기며 건강을 증진하는 트레킹길, 산림에서 레저·스포츠 활동을 하는 산림레포츠길, 산림생태를 체험·학습·관찰하는 탐방로, 건강증진이나 여가 활동하는 휴양·치유숲길로 구분된다. 현재 등산로 3만 2000㎞, 트레킹길 7000㎞, 산림레포츠길·탐방로·휴양치유숲길 1000㎞ 등 1만 1000개 노선, 총 4만㎞가 조성돼 있다.

숲길은 누구나 자유롭게 걸으며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용압력이 높아지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숲길의 지속성을 위해 예약탐방제나 휴식년제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숲길을 매개로 지역사회는 숲길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축제·관광, 산림자원 등과 연계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DMZ펀치볼둘레길, 지리산둘레길은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국가에서는 숲길 중 산림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을 `국가숲길`로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289㎞의 지리산둘레길, 100대 명산인 방태산·대암산·점봉산 등 수려한 산림경관이 일품인 206㎞의 백두대간트레일, 남북분단 현실을 느낄 수 있으며 분지지형의 산림경관을 볼 수 있는 73㎞ DMZ펀치볼둘레길,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림의 산림경관과 대관령에 위치한 103㎞ 대관령숲길을 최초로 국가숲길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걷는 운동은 가장 원초적인 활동이며, 이때 필요한 것이 길이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숲길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걷는 것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내면적인 사유와 외부의 정보를 받아 종합화하는 그래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다. 이런 소중가치를 국가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의무가 있으며, 길이 놓여 있는 지역은 가치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와 콘텐츠가 갖춰진 숲길에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며 그곳은 자연과 사람들의 상생 공간이 될 것이다.

최송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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