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TNS TECH 대표
강태식 TNS TECH 대표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쓰면 학생들은 당연히 자기 노트에 받아쓰는 그런 교육에서 이제는 파워포인트로 작업을 하고 스크린에 올리고 수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50대 이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필체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글씨를 많이 써 봤다는 방증이다. 입으로 읽으면서 손으로 쓰는 식으로 공부했고 연습장을 까맣게 할 정도로 쓰면서 외우는 공부 방법인 소위 `깜지`를 쓰면서 공부를 했다. 그런 공부법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씨만큼은 많이 썼다. 오른손으로 연필을 잡으면 중지 손가락 끝마디가 연필에 눌려 자국이 남는 것은 일상이었다.

회사 다닐 때 오래된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는 손으로 쓰고, 그래프는 모눈종이에 그리고, 사진은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관에서 현상해서 붙인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상상이 안 간다면 현충사 경내에 현충사를 사적화하겠다고 그 당시 장관이 대통령에게 올린 기안문이 전시되어 있으니 기회가 되면 찾아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보고서나 기안문을 보면 글씨를 참 정성스럽게 잘 썼다고 생각하곤 했다. 정성스럽다는 말은 상대방이 알 수 있게 글씨를 또박또박하게 썼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컴퓨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보고서는 이제 워드로 대체되고 그래프는 엑셀로 대체되었다.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를 거쳐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고서에 삽입된다. 자연스럽게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멀리 있는 상대방에게 소식을 전할 때는 `편지`라는 것을 썼다. 편지지에 글을 쓰고 편지 봉투에 편지지를 접어서 넣고 봉투입구를 풀로 붙이고 편지 봉투 앞면 우표란에 우표에 침으로 발라 붙이고 마지막으로 우체통에 넣었다. 그 편지는 3, 4일후면 배달이 됐다. 해외 우편은 적어도 한 달 정도 걸려 수신인에게 전달되었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이제 편지는 `이메일`이라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컴퓨터와 한글프로그램이 인터넷이라는 전송 매체를 통해 컴퓨터 화면의 `보내기`라는 것만 누르면 즉시 세계 어디든지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글씨도 안 쓰고 편지도 안 쓴다. 단지 컴퓨터 자판을 누르면 디폴트 글꼴인 `함초롬 바탕`체로 변환되어 주고받는다.

평범한 것보다 특별한 것을 찾는 시대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객에게 손으로 편지를 써보자. 실제로 편지지 한 장을 볼펜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한 장을 쓰려면 적어도 30분은 걸린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면 일필휘지로 금방 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시간 이상도 걸린다. 컴퓨터에는 `DEL` 키가 있어 바로 지울 수 있지만, 손으로 쓰는 편지를 다시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지지 한 장을 채우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쓸 수밖에 없다. 그 편지를 받아본 수신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고마움과 감동일 것이다. 사업상의 고객이라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밖에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글자에서 상대방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나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컴퓨터로 편지를 쓰고 인쇄해서 편지 봉투에 넣었지만 한 달에 두어 명에게는 손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받고 더 돈독해진 고객들이 많다. "그렇게 사랑 편지를 받고 잊어버리면 제가 나쁜 놈 아닙니까?"하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많다.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는 말을 통해서 전달하는 방법이고 중의적인 방법으로 작은 선물을 할 수도 있다. 중의적 방법의 단점은 상대방이 의미해석에 혼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만년필을 들고 편지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 보자. 사람들은 글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손으로 쓴 글은 정보교환에 앞서 정서적인 교환이 먼저 이루어진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열댓 줄의 단문이 아닌 편지지 두 어장 정도를 손으로 편지를 써보자. 사업상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 1년에 한두 번 편지를 써보자. 그 결과는 당장 눈에 나타나지 않지만, 효과는 분명하다. 강태식 TNS TEC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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