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석 남대전농협조합장
강병석 남대전농협조합장
근대역사상 가장 바보 같은 거래를 묻는다면 단연 알래스카 거래다. 알래스카는 현재 미국의 49번째의 주다. 면적은 한반도 7배에 달하는 커다란 땅이지만 19세기 후반 러시아에 속해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몹쓸 땅으로 치부됐다. 당시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면서 돈이 궁해져 재정난에 허덕이고 흉년이 들어 식량난 등 어려움을 겪자 알래스카를 팔아야겠다고 결정하게 된다. 춥고 사람이 살기 힘든 쓸모 없는 땅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을 판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러시아를 골탕 먹였던 영국이나 프랑스는 넘겨주긴 싫어 두 나라를 제외하고 적당한 나라를 찾던 중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은 1867년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를 러시아대사관으로 보내 알래스카를 두고 협상을 벌여 1㎞당 5달러가 안 되는 금액으로 총 720만 달러에 매입한다. 이는 현재 우리 돈으로 따지면 80억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알래스카 매입은 미국사람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된다. 미국사람들은 쓸모 없는 땅을 매입했다고 비판하며 `수어드의 냉장고`, `수어드의 바보짓`, `수어드의 얼음 장난감`이라고 조롱했고 이 일로 수어드는 몇 개월 뒤 국무장관에서 물러나게 된다.

한편, 알래스카 거래를 성사시킨 러시아 담당자는 쓸모 없는 땅을 비싸게 팔았다면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정확히 30년 뒤 상황이 뒤바뀌게 된다. 알래스카 유콘강 기슭에서 금광이 발견된다. 1896년에서부터 1899년까지 3년간 채굴된 금의 양이 57만㎏ 현재 1㎏의 금 시세가 7500만 원임을 고려한다면 가히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심지어 1971년에는 유전이 발견된다. 확인된 석유 유전양만 무려 450억 배럴, 우리 돈으로 250조에 달하는 양이다. 이뿐만 아니라 알래스카는 지구상에서 남아 있는 마지막 생태계의 보고로 관광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도 상상을 초월한다.

당시 그토록 욕을 먹던 수어드는 현재 알래스카 도시와 고속도로 곳곳에 수어드의 이름이 붙어있다. 과거에 비웃음을 받았던 수어드가 존경받는 인물로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돈 벌기가 녹록지 않다. 어떤 때는 주식시장이 좋다 해 모든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또 어떤 때에는 부동산이 좋다고 해 부동산 쪽으로 돈이 몰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이 관심을 끌면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로 꽤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처럼 많지는 않은 듯하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의 투자는 좋지 않다. 알래스카의 거래처럼 당시에는 바보짓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가도 시간이 지난 뒤 박수를 받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가치 있는 돈이라고 이야기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 이런 논리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너도나도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지도 않다. 자신이 번 돈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은 많이 있을 것이다. 남을 따라 해서는 실패하기 쉽다. 스스로 관심과 연구를 통해 자신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으며 미래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돈 벌기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강병석 남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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