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아침에 일어나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부터 시작해서 잠들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과 생활하고 있을까?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화학제품은 생각보다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로 쓰이는 수많은 화학물질 이외에도 가정에서 세탁에 쓰이는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비롯해 방향제와 향초, 그리고 코로나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살균·소독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 그리고 화학제품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만들지 않은 제품을 찾기 어려운 만큼,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의 안전한 관리는 결국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화학물질로 인한 뼈아픈 피해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피해가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올해 여름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만 약 75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 역시 화학물질 관리 소홀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와 사업장, 국가기관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던 인재였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고 화학물질을 함유한 생필품이나 먹거리에 과도한 공포와 위협을 느끼는 `케미포비아(chemiphobia)` 현상까지 나타났었다. 그렇다면 안전한 화학물질 및 제품의 사용과 관리를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정부와 사업장, 소비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실천해야 가능하다 할 것이다.

첫째, 화학물질 사용량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국가적 차원의 안전관리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로 제정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매년 관리 품목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양초부터 접착제까지 39개 품목에 대해 안전·표시기준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인체 무해`와 같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는 광고와 제품 겉면 일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생활 곳곳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신속하게 안전성에 대한 검사와 신고를 받도록 하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화학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사업장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독성을 검증한 후 생산에 사용해야 한다. 작은 예로 양초나 방향제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 지정한 검사기관에서 검사를 받고, 화학성분을 신고하여 안전한 제품을 제조·판매해야 한다.

셋째, 일상생활에서의 현명한 소비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환경성 정보를 확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화학물질을 활용한 제품을 구매할 때에 안전성이 입증되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환경부에서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초록누리)을 운영하여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정보를 고시하고 있다. 제품이 정해진 기준에 맞춰 생산·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현명한 소비자로서 또 하나의 역할은 시장에서 환경성과 안전성이 높은 제품들을 찾아 소비함으로써 생산자로 하여금 환경성이 높은 안전한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도록 앞장서서 시장을 끌고 가는 것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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