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강화된 대출규제 집값 하방압력
집값 고점론에 매수심리도 위축…전세시장 불안 변수

코로나19 창궐과 함께 시작된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면서 널뛰기 장세를 이어온 주택시장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집값 상승장을 견인한 영끌 등 추격매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자부담에 꺾이고 시장 전반에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올리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였다. 물가당국의 금리인상은 예견된 시나리오여서 충격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전이될 파장을 두고 술렁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고점론과 단기 급등 피로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옥죄고 세 부담마저 늘면서 이미 시장 심리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주(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17% 상승에 그쳤다. 그간 0.2-0.3%대 견고한 상승세를 지속해온 전국 아파트값 오름폭이 둔화한 것이다. 전국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1% 상승했지만 전주(0.13%)보다 0.02%포인트 축소됐다.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자본의 이동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대전도 10월 넷째주부터 0.1%대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넷째주 변동률은 0.16%다. 대전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상호관계를 갖는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에다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17주 연속 하락세다. 이번주엔 0.21% 떨어지며 전주(-0.12%) 대비 낙폭을 키웠다.

시장의 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1월 셋째주(15일 기준) 대전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최근까지 추세적으로 110선에 걸려있던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의 심리가 매수에서 매도로 기울었다는 얘기다. 세종은 올 4월부터 100 아래로 떨어져 횡보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내세운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이미 사자 심리가 한풀 꺾였고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후폭풍으로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집값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금리가 추가로 오른다면 매수심리가 더 위축되면서 극심한 거래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론도 있다. 기준금리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는 한은의 진단대로 시중에 떠도는 유동성 자금이 적지 않고 전세시장 불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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