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백신 미접종, 방역당국 "코로나 영향 측정 어려워"
임신부 우려 증폭 "백신 맞기도 안 맞기도 불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가 사산을 하고, 사망한 태아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하면서 임신부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산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백신 접종과 부작용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0대 산모가 임신 25주차인 지난 18일 코로나19에 확진 돼 서울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임신 26주차인 지난 22일 태아를 사산했다. 사망한 태아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산모는 백신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산모는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태아의 사산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태아가 감염된 경로는 산모 체액 등으로 인한 오염인지 수직감염(모체의 바이러스가 태반이나 산도 등을 통해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산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확한 규명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아기도 사망하고 산모도 사망한 사례들이 있다"며 "수직 감염은 잘 안 되긴 하지만 엄마가 감염이 됐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 감염 임신부의 사산 소식이 전해지자 임신부들 사이에서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 임신부간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한 연구나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의 임신·출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한 이용자는 "정말 안타깝다. 지금 임신 27주차라 그런지 남 일 같지가 않다. 무섭기도 하다"며 "백신 부작용이 겁이 나 접종받지 않았는데, 백신을 맞기도 안 맞기도 불안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미국 사례만 있지 국내에선 처음으로 나왔고, 아직 관련 연구자료도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코로나 감염, 백신 접종, 돌파감염, 부스터샷 등 임신부들은 일반인들 보다 걱정거리가 2배는 넘는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뱃속의 태아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밝혔다.

한편, 전체 임신부 13만 6000명(9월 1일 기준) 가운데 지난 24일까지 백신 1차 접종자는 1729명, 접종완료자는 61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대상군에 비해 접종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조산과 사산 위험이 증가한다며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위중증률이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6배 높고, 임신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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