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 한국조직문화연구소 소장
자연감상 걷기여행길 보다 인문적 스토리 걷기여행길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 히트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으로 명품 걷기 코스 재조명

한국조직문화연구소 최건 소장이 한 건의 안전 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친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한국조직문화연구소 최건 소장이 한 건의 안전 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친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대담=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춘수의 시 `꽃`이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불현듯 머리속을 스친 시다. 무심코 지나치던 길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야기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게 꼭, 꽃과 같다.

한국조직문화연구소 최건 소장. 그가 서산시와 함께 진행한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이 히트다. 주 무대는 서산시의 산과 바다 곳곳이다. 단순히 걷는 것만이 아닌 서산시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역사와 이야기, 먹거리, 놀거리 등을 찾는 체험형 걷기인 게 특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 선정 후 그가 실행에 옮긴 시점인 여름과 계절이 바뀌는 늦가을까지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오롯이 서산의 숨결을 느꼈다.

최 소장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0년 걷기여행 실태 조사를 보면 서산시가 개발한 `아라메길`은 아쉽게도 순위권 밖에 있었다"며 "상위권에 있는 트레킹코스를 분석해 보니 자연감상 걷기여행길은 퇴조한 반면 인문적 스토리를 가진 걷기여행길을 가진 순위가 상승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이 기획된 이유다.

기존 아라메길 구간에다 역사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가미되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애칭이 첨가됐다. 이렇게 최 소장의 발품이 담긴 아이디어에 5코스가 역사에 재미가 더해져 트레킹코스로 재조명이 됐다. 여기에 이 지역 특산품인 감태를 재료로 한 감태주먹밥, 감태파스타에다 이름도 생소한 우럭햄버거, 서산한우로 만든 한우비빔밥 등의 신선한 먹거리 상품이 걷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걷는 길과 먹거리를 준비한 최 소장은 시민들과 정식 걷기에 앞서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팸투어단을 구성했다. 팸투어단은 정식 걷기에 앞서 사전 답사를 통해 참석자들의 불편 요소를 차단, 최상의 걷기 길을 살폈다. 정식 걷기는 팸투어단과 각 코스 문화해설사, 안전요원 등이 더해져 안전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5개 코스의 특징은 역사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이다. 대표적 코스가 `믿음의 길, 순례의 길`로 애칭이 붙은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현장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는 천주교 박해 현장으로 최근 교황청으로부터 해미국제성지로 지정됐다. 천주교신자들이 해미읍성으로 끌려와 호야나무에 걸려 순교를 당하고, 또 일부는 해미성지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병인박해 등 공식 기록된 순교자가 132명인데, 기록되지 않은 순교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주교 신자들이 압송 당하던 길이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에서 지난달 재연됐다. 예산군 대치리 주차장에서 시작, 한티고개를 지나 대곡리공소, 산수저수지, 해미읍성, 해미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11㎞ 구간으로, 그 당시 천주교 신자가 돼 마지막 길을 걸었다. 특히 최 소장은 "당시 한광석 국제성지 주임신부와 함께 길을 걸어 그 의미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교황청으로부터 국제성지로 지정된 곳은 전 세계에 30곳 밖에 없는데, 이번에 해미순교성지가 국제성지로 지정이 된 것은 그 만큼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을 기회"라며 "해미순교성지는 지난 18-19세기 천주교 박해 당시 수많은 무명 순교자가 나온 곳이라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순례의 길은 해미순교성지 탐방길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호랑이 배꼽`이란 스토리텔링으로, `동학운동의 비밀자금을 조달한 곳`이란 역사성이 붙은 `가로림만 범머리길` 코스도 눈에 띈다. `한반도 호랑이 배꼽길`로 애칭이 붙은 이 길은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 했을 때 가로림만을 아우르는 서산시 팔봉면 호리가 호랑이의 배꼽이라는 얘기다. 한반도의 중심, 청정 생명 교류의 길목, 민족 기상의 탯줄 이미지 등으로 스토리텔링, 이곳이 호랑이를 닮은 한국인 기상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 이곳은 동학군이 우금치에서 패배 후 동학 수뇌부가 가짜 동전 주조 기계를 호리에 두고 자금을 조달했다는 역사가 있다. 팔봉면 구도항을 출발해 바닷가에 민물이 솟아오르는 `옻샘`, 가로림만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주벅배 전망대, 팔봉갯벌체험장까지 이어지는 7.5㎞ 구간이다.

최 소장은 "동해와 서해를 아우르는 대표적 해안가 걷기 코스인 `해파랑길`에 이어 서해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하는 `서해랑길`이 뜨고 있다"며 "이곳은 가로림만 해양정원 지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책 사업으로 선정될 경우 가로림만의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이 길은 `서해랑길` 중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신라 의상대사를 흠모하고 기다리다 용이 돼 큰 돌을 들어 의상대사를 지켰다는 당나라 선묘의 전설이 있는 부석면의 `그리움의 길(7㎞)`, 당나라의 불교가 가장 먼저 상륙한 곳으로 예날 불교 순례자들이 걷는 길인 운산면 `마음을 여는 길(11㎞)`, 백제 근초고왕이 일본왕에게 하사한 칠지도 이야기가 담긴 `숨쉬는 바다 길(10.5㎞) 등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걷기 길이다.

특히 최 소장은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에 특별 코스도 만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걷는 것.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휴가철 가보고 싶은 섬으로 뽑힌 대산읍 `웅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밀고 끄는 마음을 공유했다.

최 소장은 "예전에 몸담고 있던 사회봉사단체에서 맹인들과 함께 걷기 행사를 했었는데, 즐거워하던 맹인들의 모습을 잊지 못해 이번에 특별코스를 만들어 같이 걷기를 했다"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데, 이번에 비장애인들과 함께 걸으면서 잠시나마 신체의 불편을 잊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5개 정식코스와 1개의 특별코스에서 `구석구석 함께 걸어 볼까 YOU! 서산`이 마무리 됐다. 숫자는 6이지만 이를 준비한 최 소장의 정성은 그 이상이다. 그는 이 코스가 전국에서 찾는 걷기 명문 길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최 소장은 "서산시와 협업으로 5개코스와 1개 특별코스에서 시민들과 함께 서산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서산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찾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이 코스는 전국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만큼 많은 홍보를 통해 전국 명소가 되길 희망 한다"고 밝혔다. 정리=박상원 기자

◇최건 한국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은

최 소장은 (사)충청평생교육원 이사장과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육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충청남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충청남도 양성평등위원회장, 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장, (재)서산문화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법무부장관 표창, 충남교육감 표창, 특허청장 표창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저서로는 `코칭쾌스천`, 학교 폭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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