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네와의 이별 (야스민 슈라이버 지음·이승희 옮김 / 글담출판 / 296쪽 / 1만 6000원)
경험에서 시작해 죽음의 본질 파고들어
학문적 관점과 분석으로 생명·실존 고찰

`하루를 산다는 건 하루를 죽는다는 것`이란 노래 가사처럼, 생명이 있는 존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길어진 기대수명 탓에 우리는 죽음을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고, 때론 언젠가 죽음이 찾아오리란 사실을 잊기도 한다.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슬픔과 분노에 빠지거나, 혹은 지나온 생을 후회하기도 한다. 피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왜 죽음을 피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이는 드물다.

저자는 2년 반을 길러 온 반려 햄스터 헤르미네의 죽음을 계기로 과학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그 본질을 파헤친다. 저자는 헤르미네의 죽음을 목도하며 경험한 일들과 감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우리의 죽음까지 확장한다. 이 책에서는 생명과 죽음, 성장과 노화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부터 죽음에 직면한 우리 인간의 실존 문제까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쉽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죽음에 대한 해석과 논의는 매우 다양하다. 생물학적으론 세포가 탄생과 노화를 거쳐 소멸하는 단계로 해석되고, 철학적으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에선 생명이란 무엇이며, 성장과 노화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왜 모두 죽어야 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세포가 탄생과 죽음을 거치듯 우리 신체 역시 결국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도출해 낸다.

생명체와 그 생명체가 속한 생태계에서 죽음은 일상적이지만 거대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죽음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이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헤르미네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공유함으로써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달래고 내면화하는 과정, 즉 `애도`를 표하고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은 언제나 듣고 접해도 아직은 낯설기만 한 `죽음`이라는 소재를 심층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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