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머지않은 미래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앙, 초고령사회, 새로운 감염병 팬데믹, 식량 대란 등이 동시에 도래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미래는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자녀들의 진로 교육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글레어 교수는 `노화의 종말`에서 인간의 수명이 120세 정도라고 예측하고 있다. 수명이 긴 탓에 청소년은 어쩌면 일생동안 몇 번의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AI 시대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다. 인기가 좋고 빅 데이터가 많은 직업일수록 일자리를 잃기 쉬울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 진단의 경우에도 환자의 혈액분석, 영상분석(X-ray, CT, MRI) 등으로 AI는 신속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부 종합병원에서 AI를 이용하여 암을 진단하고 있다. 판사의 경우도 재판기록(판례)이 모두 공개되어 AI가 학습하면 AI는 판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판결할 것이다. 미래에도 의사와 판사는 인기직업이 될 수 있지만 본인의 적성과 관계없이 선택하면 인생은 불행하기 쉬울 것이다.

세계 3대 투자가인 미국인 짐 로저스(Jim Rogers)는 50대 전후에 22개월간 10만 5000㎞를 오토바이로, 2000년 전후 3년간 116개국을 승용차로 여행했다. 그는 큰 부자가 되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스펙은 쌓여 있으나 무엇을 할지 망설인다면 기후위기시대 최고의 신산업의 하나인 농업(농사짓기, 농학연구, 농업투자)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도 식량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미래 언어인 중국어를 공부하라고 했다. 그는 자녀 둘에게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현재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 언론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대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 걱정이다.

공자(公子)의 가르침도 진로지도에 도움이 되겠다. 논어(論語) 첫 시작부인 학이편(學而篇)에 공자의 핵심 가르침이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평생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공부가 크게 힘들지 않고 즐거울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멀리서 오면 기쁘지 아니한가?`는 혼자보다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朋友)와 함께하는 협업을 강조하는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 것이 군자가 아니겠는가?`에서 남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소신껏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것이다.

2500년 전 공자와 이 시대 최고부자의 한사람인 짐 로저스의 가르침과 필자 생각을 더한 학생 진로에 대해 제안한다. 첫째, 학생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둘째, 무엇을 할 것인가를 되도록 빨리 정하는 것이 좋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이 있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관심 분야 책도 읽고 그 분야의 전문가와 전자메일이나 면담 등으로 소통하면서 진로를 정하길 바란다. 셋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하길 바란다. 진학 준비로 독서를 할 시간이 부족하면 스마트폰이 아닌 `인쇄판 신문`을 읽으면 좋겠다. 신문은 책 1권 분량에 해당하며 그날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스포츠 등이 소개되고 중요사항에 대해 전문가의 논설과 사설도 있다. 하루 30분 정도만 신문에 투자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논술 공부도 저절로 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직업에 귀천이 적은 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직업의 귀천이 심한 편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노력하면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자녀 진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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