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아니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희소성이 높은 물건을 구매한 뒤 되팔아 수익을 얻는 행위. 이른바 리셀(resell)은 신발을 비롯한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샤테크(샤넬+재테크),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오픈런(open+run)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고, 미술품이 주를 이루고 있던 경매 시장에는 한정판 스포츠카드, 유명연예인이 콜라보 한 스니커즈, 피규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등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리셀 문화를 이끌고 있는 주된 층이 20-30대의 MZ세대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운동화를 캔버스 삼아 자신의 이니셜을 새기기도 하고 스타와 같은 신발을 신으며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기가 많은 제품의 공급은 제한돼 있다 보니 재판매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리셀문화가 생겨났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한정판으로 발매된 물건들을 구입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수요자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차익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커피 17잔을 마시고 받게 되는 스타벅스의 증정품은 중고시장에서 5만-1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손잡고 선보이는 한정판 스니커즈 `퀀도1`이 판매를 시작한다. 앞서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콜라보 했던 한정판 스니커즈는 발매가격인 20만 원보다 100배 이상 뛴 2000만 원대에 리셀된 전례가 있어 벌써부터 리셀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2022`에서는 10개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로 `득템력(Gotcha Power)`을 꼽았다. 단순히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누가 얻는가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득템력은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러나 부족할 것 없는 풍족함 속에서도 `리미티드`, `한정판`의 이름을 붙인 상품들은 많은 이들의 득템력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흔히 중고라고 하면 낡고, 헐고, 버리기 직전의 물건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리셀시장에 등장하는 상품들은 신품과 동급의 물건들, 새 상품 그대로 유지 관리된 물건들이 더 가치있게 거래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중고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리셀 문화는 기능성, 가성비 등을 놓고 따진다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 상품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실수요자들은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사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불만은 당연하다.

리셀은 희소성과 취향 기반의 소비 문화 속에서 등장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소유욕과 희귀품에 대한 집착, 향유의 즐거움과 추억이 다른 기계적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은 향후 리셀 시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화, 패션 아이템에서부터 미술품, 스타의 굿즈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 리셀 시장, 여러분은 어떤 아이템을 리셀해 보고 싶으신가요? 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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