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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누리호 첫 발사의 의미

2021-11-16 기사
편집 2021-11-16 13: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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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

누리호는 올해 전 세계에서 94번째로 발사된 우주발사체이면서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8번째 발사체로 기록되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매주 한 두번씩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는데, 의미 있는 임무를 갖거나 발사체가 폭발했을 경우에만 세상에 알려진다. 누리호는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로 다행히 첫 번째에 해당한다. 첫 발사에서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멋지게 이륙하는 모습만으로도 가슴 한편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러한 누리호 첫 발사가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리호 발사는 우리나라 발사체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발사로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목표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누리호의 원래 명칭인 '한국형발사체'에서 볼 수 있듯이 누리호 발사는 독자적인 우주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다른 우주 개발 국가들과도 본격적으로 함께 우주 개발을 논의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누리호 발사에 일부 부족한 점들이 있었지만 이번 발사로 우주 운송수단에 대한 설계, 제작, 시험, 운용 기술과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발사체 기술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술로 오로지 발사 경험을 통해서만 확보된다. 발사를 통해 그동안 개발한 기술이 실제 비행에서 검증된 기술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한 발사 경험을 갖는 전문 인력이 800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하나의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전문 인력이 수행한 업무 결과가 비행에서 바로 확인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발사 경험은 자신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어렵게 얻은 발사체 기술을 더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누리호는 소모성 발사체이기 때문에 순간의 빛이 되어 사라졌지만 발사 수요만 있다면 국내에서 얼마든지 만들어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각종 제작 치구, 시험 설비, 발사 시설, 추적 시설 등 기반 시설을 비롯해 누리호 부품 공급망이 구축됐다. 기존에는 엔진을 개발해도 시험 설비가 없어서 해외에서 수행했는데 국내에서 모든 시험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누리호는 정부 30년 투자의 결실이다. 근래 들어 미국 스페이스엑스사의 팰콘 9 발사체가 상업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방식(Old Space)이 아닌 새로운 우주시대,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가 열렸다. 그러나 올해 발사 기록만 보더라도 우주개발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자들에게 매우 가혹하다.

미국은 2005년 정부 주도 우주개발 비용이 높고 민간의 기술 수준도 충분히 성숙되었다는 판단에 지구 저궤도 우주 운송은 민간에서 담당하고 정부 주도 개발은 유인 달 탐사와 화성 탐사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판단이 적중하여 현재는 민간에서 사람과 화물 모두 우주로 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달 탐사에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우주개발 국가들은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 유인 달 탐사로 목표를 바꾸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의하면 5년 내에 사람이 다시 달에 착륙할 것이며 10년 뒤에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상시 운용하며 유인 화성 탐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10년 뒤 우주는 우리의 일상에 더욱 더 가깝게 다가와 있을 것이기에 우리나라가 우주 개발 및 활용에 있어서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목표로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년에 누리호 2차 발사가 있지만 이제 모두 누리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누리호는 정부 주도 우주개발의 끝이 아닌 시작의 끝이며 새로운 단계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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