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현대사회는 변화를 필수적으로 동반하고 우리는 가속화되는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속도의 변화 속에 놓여있다. 자칫 방심하다 보면 잉여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한다. 1985년부터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설계를 시작했다. 낡은 사무실에서 제도판 위에 탁상용 백열등과 트레이싱지를 종이테이프로 붙이고 T자, 삼각자, 스케일, 샤프, 연필로 열심히 도면을 그리고 틀린 부분은 지우개로 지워가며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들을 수없이 반복했다.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밤샘작업과 주말근무를 통해 도면을 완성하고는 했었다. 그로부터 수많은 변화를 거치며 35년을 보낸 2021년. 조그마한 건축설계사무소에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자.

펜과 종이, 각도삼각자 등 수작업 도구 대신 건축CAD프로그램을 사용해 모니터를 보며 쉽고 빠르게 도면을 그리고 시뮬레이션, 3D동영상까지 표현할 수 있어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어도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쉽게 건물의 준공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이젠 CAD프로그램이 토목, 기계, 전기, 통신, 인테리어 등 모든 산업분야에 필수가 되었지만 35년 전엔 수작업이 전부였던 건축설계를 건축CAD 도면작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CAD프로그램과 컴퓨터, 모니터 등을 구입해 교육비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건축CAD도면작업은 능률적이고 투자가치가 있으며 정확성을 갖추고 있고 보관도 용이해 현재는 건축CAD 도면작업은 필수다. 그리고 설계도면과 사진 관련자료를 컴퓨터, USB 등 저장장치로 간편하게 저장하니 별도의 도면함, 사진 등 자료실이 필요 없어졌다. 관공서에서도 건축물관리대장 등 발급 시 도면을 첨부해 발급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으니 이것도 CAD활용에 따른 변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허가도 허가서류 및 설계도서를 구청에 방문하여 접수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서 인터넷을 이용해 세움터를 통해 편리하게 인허가 등 모든 업무를 신청할 수 있다. 담당공무원은 건축행정을 전자적으로 원스톱 처리하는 국가표준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니 편리한 변화다. 시민들도 세움터나 정부민원24를 통해 도시계획확인원,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등의 민원서류를 편하게 발급받아 출력할 수 있도록 변화됐다. 이렇게 필요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반대로 늦고 불편하고 불필요하면 변화를 통해 바꾸어야 한다. 행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례로 주택건설사업승인을 위해선 도시계획, 교통, 건축, 경관위원회 개별심의가 필요하다. 절차를 거치다 보면 사업시행에 9개월이 넘는 심의기간이 발생되고 사업시행자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도 부득이하게 발생될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을 대전시에서 인지하고 건설단체연합회 의견을 수렴해 신속한 통합심의 시행을 개정, 2개월 내외로 심의기간을 단축시켜 신속한주택공급, 사업주체의 부담경감, 기업투자 활성화 등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민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17개 시·도중 혁신도시 대전시가 제일 먼저 시행한 통합심의는 IT도시의 자부심과 함께 타시도에도 벤치마킹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추진 중인 의무가입은 1만 7000명 건축사에게 꼭 필요한 변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간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2소위로 넘어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축사의 높은 수준의 역량 강화, 자율적 정화기능, 윤리, 교육, 재난지원, 건축문화발전 등 공익적 기능강화에 변화를 둔 의무가입은 꼭 실현되어야 한다. 끊임없는 도전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변화의 의지, 회원들의 단합만 있으면 의무가입은 실현될 것이라 믿으며 변화는 필연적이라 생각된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개인, 단체, 사회, 국가, 세계는 지금도 변화라는 흐름 속에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변화는 분명한 목적과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빠르고 편리하고 유익하고 발전적이며 모든 사람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만 불특정 다수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악용해 범죄와 개인의 욕심으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모두에게 유익하고 바람직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직하고 투명한 변화다.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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