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선대위 합류 초읽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5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발신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비대위원장은 "계기가 되면 도와줄 수도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상 선대위 합류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선대위의 `원 톱 총괄선대위원장`이 유력시되는 김 비대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또다시 김 박사님께서 역할을 하셔야 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어려운 정권 교체와 국가 개혁의 대장정을 벌여나가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쌓아오셨던 경륜으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고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 드리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선대위 합류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 대표도 축사에서 2011년 박근혜 대선후보 비대위 시절 김 전 위원장과의 첫 만남을 언급하며 "비대위를 승리로 이끌면서 총선 승리를 할 때 즈음 이분에게 참 배울게 많다는 걸 저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이분이 하신 말씀 중 저에게 도움 되지 않는 건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저에게 정치의 방법론이나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은 김종인 위원장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이번 대선에서 (김 전 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해주실 거라 확신하고, 제가 최선을 다해 보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요청에 대한 답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계기가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런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계획이 있느냐는 추가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아직 그것에 대해 일체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윤 후보로부터 따로 제안받은 게 없느냐는 질문도 나왔으나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선대위 출범 시점에 대해선 "시간표도 모르고 내용도 모른다. 선대위를 구성하는 후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제3자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선대위에 합류할 여지는 있으나, 선대위 구성이나 방식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선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평소 정권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출판기념회 인사말에서 "나라의 방향타를 이끄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를 거론하며 "해방 이후 지금껏 온전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온전한 대통령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를 기점으로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이며, 윤 후보와 선대위 조직 구성과 인선에 대한 물밑 논의 상황에 따라 선대위 합류 시점이 정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이홍구·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와 정치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김 전 위원장과 가깝고, 선대위 우선 영입대상으로 꼽히는 금태섭 전 의원도 발간위원장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