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덕하 산림청 산림자원과장
전덕하 산림청 산림자원과장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전 국토의 산이 다시 푸르게 됐으니 이제 잘 보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임업인의 경우 목재, 임산물 등을 생산해 소득을 올리고, 주말·휴일에 산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한 경관·휴양 기능 등이 지속되는 것을, 동식물을 보호하고자 하면 산림이 서식지로서 온전히 유지되길 바란다. 이렇듯 숲의 해석에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나무는 살아있는 온실가스 흡수원`이며, `나무를 키우고 산림을 되살리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기조연설에 앞서 채택됐던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에 대한 화답이자 지지의 표명이었다. 나무를 심고, 잘 가꾸며,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은 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숲의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 짚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숲의 나이분포 변화다. 1970년에는 전체 산림에서 10살 이하의 숲이 65%였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그 비율은 현재 3%에 불과하다. 반면 31살 이상인 숲은 1970년 5%에서 2015년 72%까지 증가했다. 산림녹화 사업이 한창이던 때,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나이대가 좁게 몰려있는 것이다.

우리 산림을 살펴보면 과거 대면적으로 조성됐던 인공단순림들의 밀도가 높아지고, 임관(林冠)이 울폐되면서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다른 나무나 기타 하층식생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밀도가 높아 빽빽한 숲에서는 상층을 점유하고 있는 나무들도 굵게 자라지 못한다. 최근 국내 산림의 이산화탄소 순흡수량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산림은 잘 가꿔진 숲에 비해 나무의 뿌리 발달이 약하고 고사목이 많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산불·풍해·병해충 같은 재해에도 취약하다.

숲의 나이분포를 개선하고,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선 빽빽한 숲을 솎아주어 밀도를 조절하고, 닫힌 수관층을 열어 햇빛이 지면에 적절히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가 특정 나이대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하며, 수관층 상부를 점유하는 수종 외에 그 아래층에도 다양한 수종이 자랄 수 있는 숲이 건강한 숲이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생태적으로 안정되고 나무가 다층구조를 이루는 숲을 항속림(恒續林)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말로는 한 살부터 백 살까지의 나무가 골고루 분포하는 `백년숲`이라 부를 수 있겠다.

단기간에 우리 숲의 나이분포를 바꿀 수는 없다. 말 그대로 백년숲을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장기 계획을 통해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다. 산림청에서는 우리 숲을 백년숲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목재생산을 주 목적으로 하는 경제림과 더불어 수원함양, 산지재해방지, 산림휴양 등 각종 공익림에 대해서도 기능별로 최적화된 숲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산림행정을 구현해 나가려 한다.

전덕하 산림청 산림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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