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형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최은형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따뜻한 가을햇살 아래 낙엽이 쌓인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릴 적 자주 부르던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라는 동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그 시절 다람쥐가 가지고 가던 점심 도시락인 도토리는 우리에게도 좋은 먹거리가 되어왔다. 특히 긴 겨울 밤 도토리묵은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아버지에게는 고단함을 달래주는 안주였고 우리들에게는 특별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는 다람쥐의 점심 도시락인 도토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최근 산림임업 통계에 따르면 도토리 생산량은 2015년 약 4천톤이었으나 2019년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토리마저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이와 같은 생물종의 감소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나, 가장 유력한 것은 역시 기후변화 영향이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수십년 내에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7000여 종이 멸종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와 닿는 대목이다.

이에 현재 세계 각국은 이러한 생물 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유전자 또는 종자은행이란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생물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학술·산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분양도 하는 것이다. 특히 생명자원의 상당수가 산림을 서식지로 한다는 점 때문에 산림청에서는 산림생명자원 관리체계를 도입하여 보전과 이용에 노력하고 있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도 한 축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2013년에 유전자은행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 연구소 및 기업 등 12개소를 생명자원관리기관으로 지정하여 유망자원의 발굴과 산업적 이용을 위한 탐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정된 관리기관은 조경·원예용, 약용·;특용, 기능성 원료, 균류 및 조림용 등의 유망자원 17종을 수집하고 있다. 또한 수집에 그치지 않고 산업적 이용을 위한 신품종 개발(2종, 8품종)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는 산업적 가치가 있는 유망한 산림신품종을 산업체에 대량생산·공급을 위한 8개소의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를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협동조합(지리산하동산초, 평창태기산, 광양햇살, 장수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 중 하나를 소개하면 황해쑥(Artemisia nutantiflora) 신품종인 `섬애`는 기능성 음료, 화장품, 향료의 소재로 이용되면서 연간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림과 동시에 남해지역의 농민에게 소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표고버섯, 대추, 산초, 잔디 등의 생명자원 중에서 신품종 개발이 늘어나고 산업적 활용을 위한 방법도 다양하게 모색 중이다. 마켓라인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약 6433억 달러로 연평균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웰빙(Well-Bing)문화 확산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감염병 치료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생명자원을 이용한 천연물 및 바이오산업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가 다가올 것을 전망하고 있으며, 바이오기술 시장과 함께 산림생명자원이 바이오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서 표준화된 신품종 출원이 연간 10% 이상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산림생명자원과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며칠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글래스고의 떡갈나무 숲은 사람과 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끕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신화의 세계 중심에 산림생명자원이 있다. 보전과 활용에 힘을 모을 때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센터장 최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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