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글로벌 증시의 상승 효과와 맞물려 한동안 활황세를 보이던 한국 주식시장이 최근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신용거래로 주식 투자를 한 경우에는 조정 국면에서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보다 철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9월말 기준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지난해 3월말 대비 3.8배 수준인 24조 8000억 원에 이르렀다. 청년층 등을 중심으로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가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 9월 27일 `소비자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주식시장은 투자자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언제든지 큰 손실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 상존하는 곳이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전망이 아무리 좋을지라도 경기 변동 등으로 인해 대내외 환경이 나빠지면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부채를 활용한 주식 신용거래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대신 손실 위험도 크다. 주가 상승기에는 자기자금만으로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어 자산 증식의 유용한 수단이 된다. 나아가 적정 수준의 주식 신용거래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하지만 주식 신용거래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아서, 주가 하락기에는 반대매매 등으로 인해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주가가 급락해서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했을 때 투자자가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증권회사는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반대매도)하게 된다. 담보물 전부를 매도했음에도 신용융자 잔액이 남아 있으면 그에 대한 상환의무까지 부담하므로 결국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은 통상 실물자산보다 가격변동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 국면에서는 신용거래에 따른 위험규모를 정확히 인식하고 더욱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자신의 상환능력과 신용거래에 수반되는 예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감내할 수 있는 최대손실 가능금액 범위 내에서 신용거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증권회사와 상품별로 신용거래 조건이 다르므로 설명서 및 약관을 미리 꼼꼼하게 확인함은 물론, 담보유지비율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담보 부족에 대비해 예비 자금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투자는 그 자체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하는 것이지만, 개개인이 수용 가능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인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일확천금을 바라고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까지 남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묻지마식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불과할 뿐이다.

전설적인 가치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부채를 활용한 투자를 러시안 룰렛에 비유하며 `드물고 예상치 못한 순간 레버리지(부채투자)는 치명적`이라는 말로 빚내어 하는 주식 투자에 대해 경각심을 줬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인 조정 국면에서 과도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언제든 돌이킬 수 없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하기 바란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 모두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기대수익보다 위험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까지 돼 있는 투자자가 결국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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