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건축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졸업 후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해보곤 한다. 대부분은 공무원, 건축사, 건설회사 취업 등을 언급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모든 학생들이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야근 없는 직장에 서울 상경을 원한다는 것이다. 충남과 대전에 건축전공학과는 20여 개가 넘고 그중 건축학과 졸업생 수는 매해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배출되지만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들은 직원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건축사사무소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산업분야의 공통된 사항이다. 건축은 매우 광범위한 분야로 그중에 하나인 건축설계에서도 용도와 요구에 맞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건축계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그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에 맞는 교육을 통해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 오랜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이기에 지역의 건축인력이 꾸준히 필요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건축은 설계뿐 아니라 시공, 재료, 기능, 학문 등에서 균형 있는 인력이 양성되어야 올바른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는데 현 건축산업계는 인력 구조가 너무 열악한 상황이다. 인재배출의 수도 적지만 수도권 집중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의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어 기회창출이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그 심각성은 크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 학생 작품 심사로 참여했던 공모작품들은 대부분이 도시재생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보행로, 커뮤니티 공간 등을 새로이 계획하는 것으로 그린뉴딜과 함께 대학수업의 중요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도시와 건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도시 재생에 건축의 형태와 공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었다. 건축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서 하는 설계 작업으로 졸업 후의 미래를 꿈꾼다. 문화공간, 전시관, 주상복합, 도시계획 측면의 가로권역 설계, 이 모든 것이 인재를 기르기 위한 중요한 일이지만 지역성에 기반을 둔 지역 건축가의 양성을 위한 고민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사람은 오랜 시간을 동네에서 보내고 동네에서 자란다. 필자가 자라던 시간에는 골목길과 마당이 대부분이던 동네였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 동네는 아파트와 쇼핑몰 등 대규모 건축물에 지배당했고 지금의 청년세대는 공동체 주거에서 자라나 동네를 그리워하고 좁은 골목길에 환호한다.

우리 주변의 소규모 건축물은 많은 수가 최소한의 설계로 지어졌다. 도시의 상업지역을 채우고 있는 근린상가들은 용적률을 가득 채우고 전면만 화장하듯 지어졌고 우리 동네로 대변되는 단독, 다세대, 다가구는 건축물의 성능이나 공간의 창의성에 별다른 고민 없이 지어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들에 건축사들도 동조하며 물질적 대가가 큰 프로젝트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람들이 생활하고 소통하는 일상들로 동네를 형성하고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작은 공간을 도외시한 것이다. 그렇기에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내가 살아온 일상의 삶과 지역 건축이 아닌 수도권을 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성세대의 반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다행스럽게도 소규모 건축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건축계에 중요한 일이다. 디자인이 뛰어난 소규모 상가건물, 단독 및 다세대 주택 등이 눈길을 사로잡아 발을 멈출 때가 많아졌다. `사는 곳`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치부되던 주거공간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소규모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소규모 공공시설,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건축의 질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 도시는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다. 작은 건축물이 모여 도시의 경관을 만드는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많은 인재들이 우리 동네 건축환경에 관심을 갖고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학계와 건축산업계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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