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Zoom in) 요소수 대란
제조업체들 납기 지연·생산 차질 우려
'디젤 엔진' 중장비 기계 기사도 직격탄

요소수 품귀가 장기전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전국·전산업으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8일 대전 유성구 대정동 물류센터에서 화물차량이 정차 중이다.(왼쪽) 이날 한 화물차 차주는 요소수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빈 통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최은성 기자
요소수 품귀가 장기전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전국·전산업으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8일 대전 유성구 대정동 물류센터에서 화물차량이 정차 중이다.(왼쪽) 이날 한 화물차 차주는 요소수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빈 통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최은성 기자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역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요소수 재고 부족은 제조업 생산물자를 운송하는 화물차는 물론 지역 건설현장을 오가는 중장비 기계들의 운행을 멈추게 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현상에 따라 재고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며 지역의 대부분 주유소가 요소수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디젤 차량 기사들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면서 지역의 물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초 10ℓ당 8000-9000원에 판매됐던 요소수는 품귀 사태 이후 10ℓ당 10만 원 이상으로 열 배 넘게 뛰었지만, 문제는 웃돈을 얹어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요소수가 필수인 국내 디젤 화물차 운전자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화물연대 대전지부 한 관계자는 "대전 관내에 등록된 화물차량이 1만 대 정도 되는데 요소수가 전방위적으로 부족하자 `어느 주유소에 요소수가 있다`는 얘기만 들리면 다 모여가 줄 서서 기다려서 넣는다"며 "근근이 차를 운행할 정도로 넣어 간신히 다니고 있어 일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 운행을 잠깐잠깐 멈추며 조절이 가능하다고 쳐도 장기화되면 물류난, 식량난, 수출난 등 지역 산업 전반이 묶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납기 지연과 생산 차질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요소수가 조기 확보되지 않으면 화물차 운행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가 필요한 원자재·부품·제품 등의 물류 흐름에도 영향을 받아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결국엔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서 영세 기업들은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는 건설장비로 인해 지역 건설기계 기사들 또한 직격타를 맞고 있다. 환경규제 정책에 따라 2015년부터 건설장비에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탑재된 건설장비, 즉 운행에 있어 요소수가 필수적인 건설장비만 허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요소수 부족 사태가 1-2주 이상 넘길 경우 대전·세종 중대형급 건설현장 110여 곳이 멈춰서는 심각한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학구 전국건설노동조합 충청본부장은 "요소수를 구하지조차 못해 운행을 중단한 중장비 기사들이 지역에 많다"며 "기존에 요소수 거래처가 있던 기사들은 지금까지는 수급이 가능했지만 이번주부터는 그마저도 힘들어질 것 같다"며 "건설업계에서 요소수는 필수인 만큼 요소수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경우 영세 건설기계 기사들은 일터를 잃는 것은 물론 생활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지역 건설현장의 경우 가동을 쉽게 멈출 수 없는 만큼 이르면 일주일 내에 가동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택상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전세종건설기계지부장은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팔지 않고 있기에 얼마 안 가선 건설 현장에서도 건설기계를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기 일정을 맞추고자 장기적으로 가동하는 현장들은 일주일 내 심각한 가동 중단 현상이 나올 것이라는 게 조심스러운 판단"이라 밝혔다. 정민지·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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