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식당 등을 운영하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민들도 사적모임 제한으로 가족 간의 만남을 비롯해, 친구, 지인, 동료들과의 저녁자리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정도가 좀 심한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오랜 기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경제난과 국민들의 피로감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 월요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선언했다. 식당 등의 영업시간이 늘어나고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인원도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억제됐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에서 보복적 소비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바야흐로 `보복적 만남`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친밀한 사람들과의 회식, 기업체 등의 각종 대면 회의와 행사, 각 지자체들의 지역축제, 머지않아 다가올 송년모임 등이 봇물 터지듯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실 그러한 모임들은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에 가졌던 평범한 일상이었고 드디어 그것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에는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사람들 간의 모임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자리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럼 자연히 음주운전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상식에 가깝다.

얼마 전 대전에서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운전자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치어 사망케 한 일이 있었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구호조치없이 도주하다가 길가의 화단을 들이받고 멈춰서 경찰에 붙잡혔다. 참변을 당했던 여성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희생자를 조카라고 지칭한 친지 한명은 급기야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음주운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 일부 구성원들이 행태에 대해 개탄하면서, 사랑하는 조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현재 3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한 상태다.

경찰은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모임 등으로 음주운전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2개월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찰이 단속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일부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경각심 해이로 8월 말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전년대비 증가했다. 때문에 경찰에서는 통상적인 음주운전 특별단속 기간을 3개월 앞당겨 9월부터 단속을 실시함으로써 음주운전에 강력 대응한 바 있다.

작년의 사례는 이번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음주운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야구에서는 선발이든 구원투수든 지친 기색이 보이면 감독이 한 템포 빠른 교체를 단행한다. 유능한 감독은 이처럼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투수를 바꿔줌으로써 팀의 승리를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경찰은 한 박자 빠른 음주운전 단속 강화 조치를 통해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일부 운전자들의 음주운전 시도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줘야 한다. 운전자들도 다시 회복된 소중한 일상을 우리 이웃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술을 마시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져야 할 때다.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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