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나무와 숲 하면 독일이 떠오른다. 독일 하늘에서 보면 검은색으로 보이는 숲이 있다. 독일어로 ‘슈바르츠발트’다. 슈바르츠발트는 검정(Schwarz)이라는 단어와 숲(Wald)의 합성어다. 흑숲으로 불린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남부 펠트베르크산의 흑숲이다. 이 흑숲 자락에 위치한 유명한 생태도시가 프라이브르크다. 인구 20만의 휴양도시다. 이 도시를 보면 숲이 산이라는 공간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둥지이자 근본임을 깨닫게 한다.

필자가 프라이브르크를 찾은 것은 바로 자연 친화적인 생태도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 도시는 계획부터 자연의 생태와 환경에 맞춰 설계했다. 건물과 도로는 바람이 지나는 통로, 바람길을 고려했다. 숲과 도시의 공기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막힘없이 흐른다. 또 숲의 물이 일시에 빠져나가지 않도록 숲 가장자리에 저수지를 만들었다. 저수지는 숲의 땅속 수위를 유지해 산사태를 막아준다. 동시에 숲이 적당한 습도를 갖고 있어 산불을 예방하고 생태계를 보호한다. 저수지에 물이 넘치면 도로를 따라 흐르게 했다. 도심의 길 옆에는 깨끗한 계곡물이 흐른다. 자연과 도시의 조화다.

독일의 자연 친화적 시스템은 도시라는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 속의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독일어로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이라 부른다. 어린이 정원이라는 뜻이다. 만3세부터 6세까지 다닐 수 있다. 유치원에는 수업을 하는 교실이 없다. 굳이 교실이라 해도 함께 어울려 레고나 종이접기를 하는 실내 놀이터다. 숫자나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 나무와 풀꽃, 흙, 눈과 비를 만나는 정원이 교실이다. 자연이 교과서다. 자연과 어울려 노는 놀이가 교육이다. 나무와 흙이 교재다. 흙으로 장난감을 빚고, 모래 자갈밭을 걷고 뛰어논다.

이 정원의 흙 1g에는 5천여 종의 유‧무해한 세균이 있다. 주로 나뭇잎을 썩혀 유기물로 되돌리는 세균들이다. 한국 어머니들은 기겁할 일이다. 독일은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며 세균을 이겨내도록 한다. 면역체계를 튼튼히 하는 훈련이다. 또 어린이들에게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체험하고 느끼는 생태학습이다.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발상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국의 ‘숲 유치원’이 닮은 꼴이지만 시작 단계다.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마저도 없다.

반면 청소년단체 ‘한국숲청소년단’은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찍이 30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숲과 자연의 생태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우선 숲교육 현장에서는 30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었다. 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하나를 소개하면 학교폭력 예방 숲체험 프로그램이다. 참가한 청소년들의 심장 박동의 변화를 관찰했다. 스트레스 저항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의미다. 숲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효과는 탁월하다.

주목할 것은 독일의 생태도시와 교육이 주는 정책적 시사점이다. 독일은 산림을 생명의 근본으로 삼아 정책을 구현한다. 한국은 아직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이 부족하다. 정책의 범위가 넓어 딱히 주무부서도 애매하다. 산림자원과 자연생태 보호를 관리해 온 산림청이 가장 핵심에 가깝다. 국토의 63%가 산지인 나라에서 산림정책은 산림자원이라는 공간에 갇혀있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생태위기를 극복할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한 생태계 복원, 생명의 관점에서 혁신해야 한다. 현재의 교육, 환경, 복지로는 담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한계가 있다. 생태적 차원에서 교육과 문화, 건강과 레저, 주거 문제 등 삶의 근본을 혁신하는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숲은 생명의 토대이다.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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