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석 남대전농협조합장
강병석 남대전농협조합장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투기적 성향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투자와 투기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을 벌면 투자이고 돈을 잃으면 투기인가? 혹자는 알고 하면 투자이고 모르고 하면 투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딱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최초의 투기는 무엇이었을까? 부동산, 아니면 주식? 의외로 역사상 최초의 투기, 즉 거품경제의 시작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네덜란드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리적으로 사람이 정말 살기 힘든 습지대였다. 하지만 유럽 각 지역에서 종교적 자유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망명을 하는 사람들이 이주해 오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런 네덜란드가 크게 발전하게 된 것은 164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금융과 무역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때 터키산 꽃이 네덜란드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꽃은 바로 튤립이다. 당시 대부분의 단색의 튤립이 많았는데 바이러스 감염을 통해 꽃에 줄무늬가 생긴 튤립이 귀하게 여겨졌다. 이 정도로 귀한 꽃을 정원에 심고 감상한 사람들이 귀족이었고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희귀한 튤립이 고가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튤립 거래에 뛰어들게 되었다. 17세기 초 튤립의 색깔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기도 했다. 최상급의 꽃은 줄무늬 꽃무늬 황제 튤립이 인기였다. 한 달 만에 5000배나 오르기도 했다. 요즘 가격으로 치면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을 호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꽃 하나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자 투자에 관심도 없던 농부, 노비까지 빚을 내서 튤립의 알뿌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이 꽃 재배와 매매에 뛰어들자 가격이 더 크게 올랐고, 이때까지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덩달아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거부가 될 수 있다는 헛된 욕망이 사회를 휘감았다. 튤립 매매는 전형적인 투기 양식을 따랐다. 실제 손에 쥐고 있는 꽃만이 아니라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것까지 사고 팔게 되었다. 구매자는 선금을 주고 나중에 수확할 꽃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그가 받는 것은 꽃 모양과 색깔 등이 기록되어 있는 약속어음뿐이다. 사람들은 이 어음을 높은 가격으로 매매했다. 어음의 등장으로 튤립 매매는 현물 없이도 1년 내내 거래가 가능한 사업이 되었고, 갈수록 투기 성격이 강해졌다. 소위 선물거래(先物去來)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오래가지는 못했으며 1637년 2월 5일 갑자기 가격이 하락세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튤립 재배에 뛰어들자 어느 덧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사람들이 `단순한 꽃을 이렇게 비싸게 돈 주고 살 필요가 있나?`라고 뒤늦게 새삼 깨달은 순간에 구매자가 사라졌다. 금보다 귀했던 튤립 가격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결국 버블은 언젠가 다시 생기고, 커지고 또다시 큰 타격을 입히며 터지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불고 있는 주식투자나 블록체인의 투기 광풍 또한 이런 류의 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광기까지는 계산할 수 없었다"라는 천재 물리학자이자, 만의 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주식투기 열풍에 참가했다가 자조 섞인 한탄을 하며 했던 말을 꼭 되새겨 봤으면 한다. 강병석 남대전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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