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선문대 행정·공기업학과 교수
김혜정 선문대 행정·공기업학과 교수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에 자치경찰제가 최초로 실시된 데 이어 15년 만인 2021년 7월 1일에 자치경찰제가 드디어 전국적으로 시행되게 되었다. 국가 중심의 경찰체제로는 다양한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치안행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가 추구해야 하는 목적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찰상을 정립함과 동시에 지방분권적 이념을 실현하여야 한다. 물론 당초 논의되었던 이원형이 아닌 일원형의 자치경찰제 조직구조를 선택하게 되면서 치안행정의 분권화보다는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이 더 강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탄생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본질적인 목적과 취지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즉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여 지역의 종합행정을 완성함과 동시에 지역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 할 것이다. 현행 국가경찰제도의 효율적 운영체계라는 장점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차별화된 생활양식을 반영하는 자치경찰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시행 100여 일이 지난 현 시점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주민중심의 서비스 사례들이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충북의 지역별·;시기별 농산물 도난예방 종합대책의 수립 및 추진 사례, 광주·경남의 경우 높은 어린이 인구비율을 고려한 어린이 교통안전 종합대책, 부산·제주의 관광지 특성을 반영한 피서철 주요 관광지 범죄예방활동, 전남의 고령화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한 노인보호 예방 정책 등이 그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이러한 변화는 주민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가경찰제 방식에서 포착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역에 기반을 둔 자치경찰제에서 점차 채워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것이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주민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지방분권의 의미를 살린 주민참여는 다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지역특성을 살린 주민중심적 서비스는 주체만 다를 뿐 국가경찰이든 자치경찰이든 하향적으로 주민의 수요를 규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의 완성체로서 주민자치가 함께 이루어질 때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 하에서도 주민의 역할과 의견이 배제되어 주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자치경찰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치안행정에 있어서도 단체자치 뿐 아니라 주민자치적 요소가 필요하다.

안영훈(2021)의 연구에서 제시한 영국 사례를 충분히 눈여겨 볼만 하다. 영국의 지방경찰위원회는 지역의 주민대표, 지역기업대표, 지방의회 등이 참여한 집단책임제 형태로 운영되다가 2011년 지역주민이 직선하는 1인 책임의 `지방경찰위원`으로 바뀌었고, 가장 최근 2021년 지방선거에서는 39명의 지방경찰위원을 주민이 직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런던시 등 대도시권 경찰청은 런던시장과 대도시권 시장들이 임명하는 부시장들이 경찰위원으로 겸직하는 반면 주민과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경찰·범죄예방위원회가 견제와 감독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 단체는 경찰 활동에 관여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지역주민도 일상적으로 주민참여를 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어 있다. 영국 사례와 같은 변혁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박재희(2021)의 연구가 제시한 주민참여 활동 형태는 보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일 수 있다. 예컨대 주민참여의 과제로 주민자치조직이 치안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및 기회를 마련하고, 주민이 지역의 치안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며, 자치경찰과 주민참여를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어떠한 형태를 취하든 우리의 자치경찰제에서 `주민을 위한`은 이론적으로는 강조되고 있지만 `주민에 의한` 자치경찰 운영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업무를 보다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인 만큼 국가경찰제와는 차별화된 제도이어야 한다. 첫 출발이 중요하다. 제도와 인식이 한번 굳어지면 쉽게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를 운영해가면서 문제점들을 수정해 가는 것도 좋지만 지방자치제가 갖는 주민자치적 이념을 충실히 수행해 가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혜정 선문대 행정·공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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