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기대수명의 증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일은 기업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지금까지 진리라고 알던 것들이 언젠가 시대에 뒤떨어진 산물이 될 수 있는 반면, 소수의 의견이라며 지나쳐왔던 과거의 모험들이 언제든지 미래의 주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데, 너무 앞선 걱정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거나, 무모한 행동만을 앞세우는 양자택일의 상황은 후회만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정적인 결과에 직면하면서도, 그동안의 결정과 투자를 합리화하며 포기하지 않는 무모한 뚝심도 마찬가지다.

이를 경제용어로 `몰입상승(escalating commitment)`이라 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방향을 바꿔야 할 순간에도, 기존에 투입된 돈과 시간 등 투자를 정당화하며, 기존의 방향을 고집하는 경우다.

몰입상승은 많은 기업을 함정에 빠뜨리곤 한다. 일본의 `소니`는 가전사업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10년 넘게 자원을 투입하다 약 9조 원의 손실을 본 뒤에야 사업을 접었고, 세계 3위의 슈퍼마켓 `테스코`는 아시아에서 통하던 시장 확대전략으로 2007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인 적자 속에 투자를 고집하다 결국 파산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을 철수시킨 미국도 몰입상승의 우(愚)를 범했다. 연인원 80만 명의 미군이 참전한 아프간에서, 2400명의 전사자와 2만여 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안으면서, 군비와 재건에 2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생채기를 남긴 채 말이다.

조직에서의 몰입상승 현상은 주로 경영진과 관련이 깊다. 경영진의 의사가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경우 직원들도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조직 전체가 몰입상승 현상에 빠지는 것이다.

언제라도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조직 내외에서 전해오는 부정적인 피드백들은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 바둑에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말처럼, 관전자가 국면을 더 잘 볼 수 있기에,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점을 다양하게 열어둬야 한다.

글로벌 선두 주자인`삼성전자`도, 탄탄한 기본만큼이나, 제품에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도 이상과 현실 속에 기술의 변화를 예측하고자 노력했고, Z폴드와 Z플립 등 고객의 선호도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기 위한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며 전략을 수정할 때`무언가 대단한 일을 실행해야만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독창적이지 않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발명의 역사를 살펴봐도, 시대적인 배경이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사례도 많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견지와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일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은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결은 거대한 모험보다도,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점진적인 수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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