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도자기 작업실 모퉁이의 2평 남짓한 방을 공부방으로 꾸몄다. 인터넷에서 산 사각 철제 프레임에 우드파인 집성목을 얹어 책상을 만들고 아이맥과 프린터를 올려놨다. 책꽂이를 세워 놓으면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비좁아진다. 궁리 끝에 아이맥 위로 천장까지 40cm 간격으로 벽 선반을 설치했다. 조그만 자투리 공간에도 선반을 매달았다. 덕분에 2평 남짓한 조그만 방이 꽤나 여유로워졌다. 밤샘할 때 필요한 라꾸라꾸를 펼쳐 놓을 만한 공간도 생겼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나 자기계발 책들을 대부분 처분했다. 가까운 곳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있다. 새 책의 반에 반도 안되는 현금을 받는다. 마치 어릴 적 공병을 엿 바꿔먹던 기분이 든다. 하지만 장식처럼 꽂혀 있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헌책 다섯 권이면 새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그러면 됐지 뭐!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읽어 볼 만 한데!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책들도 많다. 다시 꺼내서 읽을 거라고 언제가 참조할 문장이 있을 거라고 제목이 선명한 세네카(책등)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책꽂이에 책이 넘쳐나는 가장 큰 이유일 테다.

조그만 잡화와 소도구, 버리지 못하는 잡다한 물건은 종이상자에 넣고 가장 높은 선반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중요도 순으로 책을 꽂았다. 천장에 가까워질 수록 헌 책방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많이 들춰보는 전공서적은 움직이지 않고 손을 뻗어 꺼내야 한다. 하지만 높이 매단 선반 탓에 엉거주춤 일어서야 한다. 이 조그만 차이가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한번 내려온 책들이 다시 올라가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좁은 책상 위에 책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창문이 닫힌다. 주변 소음이 적당히 차단된 책 읽고 공부하기에 최적의 공간이 되었다. 작업실을 옮기고 얻은 가장 애정하는 장소가 이 조그만 공부방이다. 요즘 며칠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만 명상, 심호흡으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아이맥에 붙여 놓은 엘윈 브룩스 화이트 (E. B. White)의 집필 공간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허름한 헛간에 책상 위 타이프라이터, 쓰레기통 하나가 전부다. 거기에 비하면 나의 공부방은 매우 사치스럽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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