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전 '득과 실'
기존 백화점 3개사에서 새로운 대형유통사 잇딴 진입
소극적인 문화에서 광역상권으로… 관심지역 급부상
선택 폭 넓어진 소비자, 피해 커진 지역 영세소상공인

올 6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내 새로 입점한 `발렌티노` 브랜드 매장.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올 6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내 새로 입점한 `발렌티노` 브랜드 매장.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대전 유통지도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기존 백화점 3개사로 굳어져 왔던 대전 유통시장에 대형 유통업체가 잇따라 경쟁에 가세하면서다. 대전은 지리적 이점과 구매력을 갖춘 광역상권은 물론, 인근 지역과의 생활권·경제권 통합을 뜻하는 충청권 메가시티로의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대형 유통사들의 새로운 유통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업계의 경쟁 격화는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더해 지역 영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또한 키울 수 있다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와 지역사회 간 윈윈(win-win) 전략을 위해선 다양한 상호작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그래서 나온다.

◇지역 터줏대감 백화점 3사=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1997년 9월 지역 향토 백화점이었던 동양백화점이 2000년 1월 한화에 인수되면서 갤러리아타임월드로 명칭을 변경, 본격적으로 지역에 터를 잡고 영업을 해오고 있다. 20여 년 동안 지역 백화점 매출 1위를 지켜온 타임월드는 두 달여 전 지역에 상륙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와 직선 거리로 3㎞가 채 안 돼 차로 10여 분 거리로 오갈 수 있는 만큼 신세계 개점 전부터 신경을 더 곤두세워왔다. 이에 타임월드는 돌체앤가바나·보테가베네타 등 신규 명품 브랜드 입점과 함께 발렌시아가 등 기존 명품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타임월드만의 필승 전략인 중부권 최다 명품 보유 백화점 타이틀을 견고히 하고 있다.

2000년 3월 지역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일찍이 단순한 쇼핑시설에서 벗어나 체험시설을 강조하는 등 기존 백화점들과의 차별점을 두고자 한다. 격변하는 유통시장 흐름에서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다양한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체험시설에 중점을 둬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 백화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전망에서다.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붐이 일고 있는 골프 상품군에 주목, 기존 매장보다 2배 넓힌 골프존마켓을 새단장 오픈한다거나 층 전체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양용은 골프 아카데미를 새롭게 선보여 고객 입맛에 집중하고 있다. 또 백화점 안에 햇살을 담아 조성한 휴식공간인 소담원을 마련해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소비자들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 중 가장 먼저 대전시민 곁에 다가온 백화점세이(1996년 8월 개장)는 전국에서도 몇 안 남은 지역 향토 백화점 브랜드다. 오랫동안 지역에 녹아들어 맥을 유지해 온 만큼 기존 백화점들 중에서도 단골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구비해 백화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홈족`이 늘어남에 따라 높아진 실내 인테리어 수요로 홈·리빙 상품군을 대폭 강화하는 등 `작지만 강한 기업, 화려하지 않지만 행복한 기업`이라는 모토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세이 단독 특가 대형행사부터 브랜드 합산 사은행사 등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모션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역 유통산업 거대한 변화의 바람=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이 비수도권은 물론 대전에 처음 출점한 프리미엄아울렛 점포다. 아울렛임에도 프리미엄이란 이름에 걸맞게 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 지난해 6월 유성구 용산동 대덕테크노밸리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채로운 브랜드 라인업과 함께 지역의 지리적 요건에 따라 향후 매출이 기대되는 점포라는 평이다. 유통공룡 신세계의 대전 상륙은 오픈 전부터 시민들은 물론 관련 업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성구 도룡동에 들어선 대전신세계는 올 8월 27일 정식 개장해 이달로 오픈 50일째를 넘어섰다. 아직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는 없지만 중부권 최대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만큼 쇼핑공간뿐 아니라 과학관·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문화·체험시설을 마련해 체험형 점포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이면서도 교통의 요지라는 지역적 특성이 그동안 대형 유통사들의 대전 진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종시 등 광역상권으로 대전이 성장한 만큼 유통의 격전지는 예견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전·충청지역은 상대적으로 소비자 특성이 보수적인 경향이 높아 그동안에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고, 그러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대전·충청지역으로의 신규 진입에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며 "더욱이 대전은 지리적으로 교통이 좋은 지역이라 소비를 하기 위해 서울·대구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기에 이러한 경향이 지속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종 개발과 더불어 대전의 상권이 훨씬 커졌으며, 지역에 외지인들이 많이 편입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문화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유통사들 또한 광역상권을 확보하며 구매력을 갖춘 지역이 대전이고, 상대적으로 대전으로의 유통점 진출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이제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대거 모인 대형 유통업체, 지역과 상생 해법은=기존에 백화점 3개사로 대표됐던 지역 유통시장에 새로운 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기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돋보이고 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백화점들간의 경쟁 구도에 머물러 있던 중 새로운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업계 간 자극제 역할을 하며 저마다 새로운 형태로 영업을 발전시키고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소비 선택의 측면에서 시민들의 욕구에 미흡했던 점이 더 보완되는 등 소비자들의 선택의 대안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후생이 좋아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대전지역 경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봤을 땐 대형유통업체의 진입은 지역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크게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이는 현재진행형인 만큼 기존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억지로 막을 수도, 이미 들어온 것을 물릴 수도 없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을 보호해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대형 유통업체에서 지역 생산 상품들을 적극 유치한다든가 지역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등 지역경제와의 연계를 더 강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 했다.

특히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민과 함께 하는 기업인 만큼 대형 유통사들도 지역경제 차원에서 지역에 적극적인 환원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지역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 교수는 "지역에서 운영되는 유통기업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기여는 절대적이어야 하며, 이는 기업의 책임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지역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광장·공원 등에 대한 투자, 주변 상권에의 기술 노하우 전수 등 유통 기업의 특성에 기반한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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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 넥스페리움. 정민지 기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 넥스페리움. 정민지 기자
백화점세이 6층 내 마련된 모던하우스. 사진=백화점세이 제공
백화점세이 6층 내 마련된 모던하우스. 사진=백화점세이 제공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전경. 사진=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제공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전경. 사진=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제공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 아트전망대. 정민지 기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 아트전망대. 정민지 기자
올 9월 롯데백화점 대전점 내 새단장 오픈한 `골프존마켓`. 사진=롯데쇼핑 제공
올 9월 롯데백화점 대전점 내 새단장 오픈한 `골프존마켓`. 사진=롯데쇼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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