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상춘재서 50분간 차담... 靑 "대장동의 '대'자도 안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차담 회동을 가졌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구체적인 정국 논의는 없었으나, 공식 만남 자체만으로도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야권에선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50여 분 간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는 지난 대선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고, 경쟁 후 힘을 모아 함께 정권교체를 해냈다"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는 후보가 돼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된 역사적 위치에 처해 있다. 이 짐은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라며 지난 대선 대 문 대통령과 격렬한 경쟁을 벌였던 것에 대해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수차례 문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언급하며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다"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했다.

이날 만남에서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왔다"라고 일축한 뒤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안 하는 것으로 했다.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은 아예 두 분께서 피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들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권에선 대장동 의혹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의 회동은 문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며 "이 후보는 경우에 따라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범죄 수사 대상자인데, 그런 사람을 청와대로 물러 만나는 건 대놓고 봐주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금 대장동 게이트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는 핵심 혐의자로 돼 있다"며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보호하라고 하는 명확한 지시를 사실상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의원도 "2012년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간 만남에 대해 `선거중립 훼손`, `정권 연장을 위핸 계약동거`, `비밀회동 및 밀담`이라고 비판했다"며 "이번 회동은 내로남불과 다름 없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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