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섭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
임진섭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
변화난측(變化難測)이다. 세상이 하도 변화무쌍하게 변하다보니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1960~80년대에는 산아제한 정책을 그렇게 펼치더니 지금은 애를 안 낳아서 문제인 상황이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캠페인 표어는 당시 정부와 사회가 얼마나 산아제한에 목을 맸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미 소멸위험지수에 빨간불이 들어온 내 고향 부여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가까운 청양군과 통합하여 부청군이란 괴상한 행정구역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진즉에 폐교 됐고 현재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된다. 볼 때마다 씁쓸함과 만감이 교차한다.

반대로 노인들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눈 한번 잠깐 감았다 떴을 뿐인데 온 세상이 노인인 시대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많은 부분에서 크나큰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65세로 맞춰진 노인 연령기준은 지금보다 연장될 것이며 그에 맞춰 모든 노인복지정책의 수혜자격도 바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 법정정년도 현행 60세에서 더 연장될 것이며 제2, 3의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가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의 노인은 과거와 달리 가난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돈의 60%를, 미국은 전체 금융자산의 72%를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호주머니가 두둑한 노인들을 기업에서 가만히 놔 둘리 없으니 이들은 기업의 중요한 고객이 될 것이며 고령친화산업은 지금과는 궤를 달리하며 급성장 할 것이다.

지역사회도 바뀔 것이며 이미 바뀌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고령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갖추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WHO의 고령친화도시(Age-Frienldy City)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령친화도시란 시민들이 나이가 들어감에도 건강하고 계속적으로 활동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도시로서 나이에 상관없이(regardless of age)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를 의미한다. 이게 원한다고 해서 아무도시나 되는 게 아니다. 지자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할 수 있다. 2010년 뉴욕이 세계 첫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는 2013년 서울시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딱히"고령"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세계적인 대도시인 뉴욕과 서울이 각각 최초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000여개의 도시가, 국내는 33개의 도시가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이쯤 되니 고령친화도시에 대한 대전시의 의중이 사뭇 궁금해진다. 아직까지 별 다른 반응은 없다. 혹자는 대전의 고령화 비율이 낮아서 그렇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은 젊은 도시 축에 속한다. 그러나 고령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세종과 울산시도 이미 가입한지 오래다. 서울과 광주시는 도시 전체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도 별도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어떻게 보면 중복가입인데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앞으로 다가올 고령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다른 도시가 가입했다고 덩달아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에 다소 뒤쳐진다는 생각이다. 고령친화도시는 고령화 문제에 대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자 고령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파도를 대비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는 노인의 시대다. 이 거대한 변화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며 우리사회의 경제, 문화, 정치, 산업 모든 것들은 노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사회가 예외일 순 없다. 임진섭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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