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이태민 기자
취재1팀 이태민 기자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들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순 없어요."

그룹 무한궤도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데뷔곡 `그대에게`의 `그대`는 음악을 의미한다. 리더 신해철이 이 곡을 만들 당시 가족들의 반대가 극심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멜로디언을 불어가며 작곡했더란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오롯이 이 노래에 담았다. 가사를 휘갈기던 펜대 끝에는 그것들을 놓을 수 없다는 희망이 춤췄으리라.

지난 2년간 지역 예술인들의 문화 창출에 대한 의지도 마왕의 집념만큼 단단했다. 코로나19는 움트던 문화예술계를 삽시간에 덮쳤다. 페스티벌이니 박람회니 하며 관객을 맞던 행사들은 자취를 감췄고, 문화기반시설의 대문은 굳게 잠겼다. 무대를 잃은 예술인들은 꿈과 생업의 경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예술은 계속됐다. 대전의 대학로를 꿈꾸는 이들은 막을 올렸고, 미술인들은 전시를, 음악인들은 콘서트를 열었다. 현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 물꼬를 틀고, 때론 기존의 방식을 변주해 가며 시민들에게 위로의 힘을 불어넣어 왔다. 수용 객석 수 제한으로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해 깊어지는 한숨과 남몰래 `투잡`을 뛰는 애환은 무대 뒤에 감춘 채. 해일 같은 격동기에 빚이 늘어도, 몸이 으스러져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포부만은 놓지 않았다. 그 끝엔 다시금 관객과 호흡하며 지역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었다.

그에 화답하듯 암전된 문화예술계에도 `위드 코로나`라는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지역 축제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당장 다음 주부턴 공연장과 영화관의 영업 제한 시간도 철폐된다. 봄의 초입새 즈음엔 콘서트장에서의 `떼창`도 기대해 봄직하다. 영리한 바이러스조차 꺾지 못한 의지는 새로운 문화예술 시대로 나아가는 포문을 열었다. 곧 다가올 `일상으로의 초대`가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갈하고, 지역 문화예술계를 다시 한 번 꽃피울 단비가 되길 소망한다. 긴 시간동안 고군분투해 온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까지 타는 목마름을 애써 잠재우고 인내해 온 그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취재1팀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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